김인경 2012년, 톰프슨은 2017년 대회에서 '통한의 역전패'
'메이저 대회 악몽' 사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인경(31)과 렉시 톰프슨(24·미국)이 악몽의 현장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꿈을 꿨으나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인경과 톰프슨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과 '악연'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인경은 잘 알려진 대로 2012년 당시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30㎝ 파 퍼트를 놓쳤다.

미국 언론에서는 '1피트 퍼트 실수로 우승을 날려버렸다'고 대서특필했고, 결국 연장전에 끌려들어 간 김인경은 유선영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톰프슨도 만만치 않다.

2017년 이 대회에서 톰프슨은 4라운드 도중 갑작스러운 4벌타를 부과받고 역시 연장에서 유소연에게 졌다.

당시 톰프슨은 4라운드 11번 홀까지 4타 차 선두로 순항하고 있었지만 13번 홀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4벌타가 부과됐다.

전날 3라운드 17번 홀 약 50㎝ 짧은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공을 마크했다가 홀 쪽에 더 가깝게 놨다는 이유로 2벌타가 추가됐다.

또 결과적으로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것에 따른 2벌타까지 포함해 순식간에 4타가 얹어졌다.

톰프슨이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12번 홀 보기 직후여서 실질적으로는 갑자기 5타를 까먹은 셈이 됐고, 톰프슨은 4타 차 선두에서 5위로 밀려나는 황당한 경우를 맞았다.

결국 톰프슨의 이 해프닝은 그해 말 골프 규정 변경으로 이어졌다.

2018년부터 TV 시청자나 갤러리 제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선수 규정 위반을 적발, 벌타를 부과할 수 없도록 했고, 선수가 규정 위반 사실을 모르고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낸 경우에는 추가 벌타를 주지 않기로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두 선수는 올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우승 가능성을 부풀렸다.

특히 김인경은 2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 3라운드까지는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2위를 달리며 7년 전 '악몽'에서 깨어날 채비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8일 최종 라운드에서 14번 홀까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잃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15번 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버디를 잡았지만 김인경의 표정은 어두웠다.

톰프슨은 4라운드에서 선전했다.

3라운드까지 1언더파로 선두에 7타나 뒤처져 있었지만 이날 하루에 5타를 줄이며 6언더파 282타,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모두 파로 끝낸 17, 18번 홀에서 1타라도 더 줄여 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더라면 우승자 고진영(24)이 15번 홀에 8언더파까지 내려왔던 점을 고려해 연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17, 18번 홀 버디 퍼트가 모두 빗나가 3위에 오른 것에 만족하게 됐다.

2014년 이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톰프슨은 2015년 7위, 2016년 5위, 2017년 2위에 이어 올해 3위 등 이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인경은 2012년 준우승 이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최고 순위가 2017년 공동 27위에 불과했지만 올해 공동 4위에 올라 이 대회에서 '남은 숙제'를 곧 해결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