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비극과 20% 주가폭등,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현영의 개러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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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한국시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이 폐질환 등 숙환으로 별세하자 주식시장에선 이를 '주가 이벤트'로 인식, 한진칼의 주가가 폭등했다. 한진칼은 이날 20.63% 오른 3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그룹의 사실상 지배기업인 한진칼의 주가는 장중 한때 24%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루 동안 거래량은 1090만주에 달해 전 거래일의 약 50배를 넘어섰다. 하루 거래금액은 3240억원을 웃돌아 상장 이래 최대 수준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칼의 주가를 밀어올린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한진, 대한항공, 한국항공, 진에어 등은 모두 한진칼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가 변동이 더욱 심해졌다.
KCGI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의 10% 이상 주요 주주인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이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었다. 추가로 매수한 주식은 모두 장내에서 시가로 취득했고, 취득 단가는 주당 2만4000원~2만5000원대이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경영간섭에 나섰지만, 완패한 바 있다.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은 일반결의 사항(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이라서 보유지분상 이변이 일어날 수 없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17.84%를 보유 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로 집계됐고, 정석인하학원(2.14%) 등 기타특수관계인이 4.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약 29%다. 반면 KCGI가 13.47%, 국민연금공단이 7.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국민연금공단뿐만 아니라 KCGI에 의해 '지분 견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보유주식은 이들 유족에게 상속될 것인데 조 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생전에 유서를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이사장 및 유족들의 상속 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주식 매도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율 50%를 가정할 시(상속세율 단순 적용) 상속세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이에 대해 "하지만 지분구조 취약성이 존재했던 한진 및 한진칼의 지난달 주주총회가 원만하게 사측 제안 안건으로 통과된 점을 돌이켜 보면 잠재적인 '우호 주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진칼을 비롯한 한진그룹주(株)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29.96%를 확보하고 있는 한진칼이고, 나머지 주요 주주는 특수관계인(3.39%, 조양호회장 0.01%)과 국민연금공단(11.56%)이다. 한진의 경우 한진칼이 22.19%, 특수관계인은 10.94%(조양호 회장 6.87%)로 나타났으며 엔케이앤코홀딩스(10.17%)와 국민연금공단(6.28%)이 주요 주주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진에어의 경우 한진칼이 지분 60%를 가진 최대주주다.
송 애널리스트는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건 '지분 매입' 경쟁에 따른 상승 가능성과 함께 정반대로 '경영권 위협' 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우호세력이 확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엔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 조 회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됐었다.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CEO에 올랐지만,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불러와 강력한 주가 이벤트를 제공하고, 거래량 폭발로 하루 새 20% 급등한 한진칼의 주가. 얼마 전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본 '소액주주 반란'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할지, 비정한 '쩐의 전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한진그룹의 사실상 지배기업인 한진칼의 주가는 장중 한때 24%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루 동안 거래량은 1090만주에 달해 전 거래일의 약 50배를 넘어섰다. 하루 거래금액은 3240억원을 웃돌아 상장 이래 최대 수준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칼의 주가를 밀어올린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한진, 대한항공, 한국항공, 진에어 등은 모두 한진칼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가 변동이 더욱 심해졌다.
KCGI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의 10% 이상 주요 주주인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이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었다. 추가로 매수한 주식은 모두 장내에서 시가로 취득했고, 취득 단가는 주당 2만4000원~2만5000원대이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경영간섭에 나섰지만, 완패한 바 있다.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은 일반결의 사항(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이라서 보유지분상 이변이 일어날 수 없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17.84%를 보유 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로 집계됐고, 정석인하학원(2.14%) 등 기타특수관계인이 4.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약 29%다. 반면 KCGI가 13.47%, 국민연금공단이 7.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국민연금공단뿐만 아니라 KCGI에 의해 '지분 견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보유주식은 이들 유족에게 상속될 것인데 조 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생전에 유서를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이사장 및 유족들의 상속 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주식 매도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율 50%를 가정할 시(상속세율 단순 적용) 상속세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이에 대해 "하지만 지분구조 취약성이 존재했던 한진 및 한진칼의 지난달 주주총회가 원만하게 사측 제안 안건으로 통과된 점을 돌이켜 보면 잠재적인 '우호 주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진칼을 비롯한 한진그룹주(株)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29.96%를 확보하고 있는 한진칼이고, 나머지 주요 주주는 특수관계인(3.39%, 조양호회장 0.01%)과 국민연금공단(11.56%)이다. 한진의 경우 한진칼이 22.19%, 특수관계인은 10.94%(조양호 회장 6.87%)로 나타났으며 엔케이앤코홀딩스(10.17%)와 국민연금공단(6.28%)이 주요 주주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진에어의 경우 한진칼이 지분 60%를 가진 최대주주다.
송 애널리스트는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건 '지분 매입' 경쟁에 따른 상승 가능성과 함께 정반대로 '경영권 위협' 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우호세력이 확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엔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 조 회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됐었다.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CEO에 올랐지만,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불러와 강력한 주가 이벤트를 제공하고, 거래량 폭발로 하루 새 20% 급등한 한진칼의 주가. 얼마 전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본 '소액주주 반란'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할지, 비정한 '쩐의 전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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