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 때문에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2016년 9월 영국 콘월을 떠나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 정착한 퇴직 공무원 새러 와딩턴(66)은 새로운 터전이 "더 공동체 지향적이며 남을 배려하는 분위기"라며 만족해 했다.

지난 수년간 브르타뉴 지역에는 1만4천명이 넘는 영국인들이 건너와 둥지를 틀었고 이 때문에 어느 곳을 가든 영국인들을 흔히 마주칠 수 있다.

영국인들은 낡은 주택을 고쳐 살아가고 있고 소규모 상점을 여는가 하면 체스 클럽이나 다른 공동체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번주에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을 설득해 브렉시트 기한의 연장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영국은 오는 12일 자동적으로 EU를 탈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EU회원국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국내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자체적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은 영국인들이 원하는 한 자동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17개국은 유예 기간을 두고 거주 허가를 얻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적지 않은 영국인들이 거주하는 프랑스의 경우,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있도록 최장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이를 준비하지 못하면 의료 보험 혜택을 잃게 되고 어쩌면 본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프랑스 거주 영국인들 '비상'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브르타뉴 지역에서 만난 수십명의 영국인들 가운데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프랑스에 머물고 싶다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이미 영주 허가증을 얻기 위해 당국과 접촉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영국 출신의 은퇴자 크리스티나 존스(71)는 본인과 남편의 체류증을 받는 데 6주가 걸렸다고 밝히면서 프랑스 시민권 신청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영국인들은 거주 허가 신청자격을 놓고 몇달째 프랑스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처지라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돼야만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은 영국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가 실시된 2016년 이후 파운드화의 가치는 1.28유로에서 1.17유로로 주저앉은 상태다.

상당수의 영국인들이 연금을 유일한 소득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파운드화 하락은 이들에게 상당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영국인들은 브렉시트가 이뤄져 파운드화가 더욱 떨어지면 프랑스의 빈곤층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한 현지 부동산 중개인은 지방의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영국인들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여름까지는 고객의 80%가 영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카페 종업원인 모드 카뮈(33)는 손님의 약 40%가 영국인이라고 밝히면서 영국인들이 없는 장래를 상상한다면 이 곳은 아주 공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