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행복과 자유의 상징…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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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한경갤러리서 개인전 여는 서양화가 곽연주 씨
봄꽃들이 즐거움과 치유의 기쁨을 안겨주듯 활짝 피어나 있다. 나비들은 하늘과 꽃을 향해 힘차게 날아다닌다. 나비의 날갯짓은 우주의 수많은 별처럼 화려하고 은은하게 빛난다. 평생 나비와 꽃에 천착해 온 중견 여성화가 곽연주 씨의 최근작 ‘행복 여행’은 마치 봄기운처럼 묘한 생명력을 쏟아낸다.
‘행복 여행’을 주제로 한 곽씨의 개인전이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행복 여행’이란 글자 그대로 꿈과 행복을 찾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감미로운 여정이다. 작년 겨우내 작업한 신작들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듯 즐기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따뜻하고 정겹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곽씨는 동서양의 미술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그림과 동행한 30년 세월이 이제 무르익어 나비처럼 날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나비의 나풀거림과 화려한 꽃의 간극을 메워 일체의 교감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미감을 뿜어낸다. 나비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고, 방긋 웃는 화초들은 부유하는 생(生)의 발자취처럼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화면에 자동차와 훈민정음의 글자를 끌어들여 현대성과 역사성까지 아울렀다. 자연의 온갖 감미로운 향기를 퍼 나르는 나비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행복을 색칠한 작가의 생각이 기발하다.
곽씨가 이런 나비를 화면의 중심 소재로 즐기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나비의 몸짓은 연약한 날갯짓이지만 아름다운 꿈을 향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과 닮았다”며 “현대인의 슬픔, 분노, 환희 등과 같은 감정을 감미로운 향기로 치환하는 심상(心象)의 상징적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알로 시작해 애벌레, 번데기, 나비가 되는 성장과정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의미를 표현했어요. 화려한 무늬의 나비가 되기까지 인고의 시간들은 부활이자 윤회로, 다음 세계를 기약하는 인간들의 염원입니다.”
규격화된 캔버스보다 변형사이즈를 즐겨 사용하는 곽씨는 과감한 여백을 활용해 비움의 미학도 살려낸다. 다채로운 색채로 바탕을 채색해 나비와 꽃을 부각시키면서 사실과 추상, 삶과 비현실 사이를 넘나들기 위해서란다. 서구 미니멀리즘 미학을 살려내면서도 동양의 여백, 자신의 의식 흐름을 응축한다는 생각도 담았다. 수십 번 덧칠로 표현한 은은한 바탕의 여백은 샹그릴라(꿈의 낙원)처럼 몽환적인 소재들을 거리낌 없이 연결하며 ‘큰 기쁨(delight)’의 여운을 남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행복 여행’을 주제로 한 곽씨의 개인전이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행복 여행’이란 글자 그대로 꿈과 행복을 찾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감미로운 여정이다. 작년 겨우내 작업한 신작들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듯 즐기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따뜻하고 정겹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곽씨는 동서양의 미술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그림과 동행한 30년 세월이 이제 무르익어 나비처럼 날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나비의 나풀거림과 화려한 꽃의 간극을 메워 일체의 교감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미감을 뿜어낸다. 나비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고, 방긋 웃는 화초들은 부유하는 생(生)의 발자취처럼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화면에 자동차와 훈민정음의 글자를 끌어들여 현대성과 역사성까지 아울렀다. 자연의 온갖 감미로운 향기를 퍼 나르는 나비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행복을 색칠한 작가의 생각이 기발하다.
곽씨가 이런 나비를 화면의 중심 소재로 즐기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나비의 몸짓은 연약한 날갯짓이지만 아름다운 꿈을 향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과 닮았다”며 “현대인의 슬픔, 분노, 환희 등과 같은 감정을 감미로운 향기로 치환하는 심상(心象)의 상징적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알로 시작해 애벌레, 번데기, 나비가 되는 성장과정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의미를 표현했어요. 화려한 무늬의 나비가 되기까지 인고의 시간들은 부활이자 윤회로, 다음 세계를 기약하는 인간들의 염원입니다.”
규격화된 캔버스보다 변형사이즈를 즐겨 사용하는 곽씨는 과감한 여백을 활용해 비움의 미학도 살려낸다. 다채로운 색채로 바탕을 채색해 나비와 꽃을 부각시키면서 사실과 추상, 삶과 비현실 사이를 넘나들기 위해서란다. 서구 미니멀리즘 미학을 살려내면서도 동양의 여백, 자신의 의식 흐름을 응축한다는 생각도 담았다. 수십 번 덧칠로 표현한 은은한 바탕의 여백은 샹그릴라(꿈의 낙원)처럼 몽환적인 소재들을 거리낌 없이 연결하며 ‘큰 기쁨(delight)’의 여운을 남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