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왜 독일 유통업체는 영국서 잘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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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결정 후 '가성비' 인정받아
유럽서 조달하는 테스코는 타격 전망
정인설 런던 특파원
유럽서 조달하는 테스코는 타격 전망
정인설 런던 특파원
![[특파원 칼럼] 왜 독일 유통업체는 영국서 잘나갈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904/07.18641280.1.jpg)
두 곳이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다. 자동화로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을 쓰며 다른 유럽 국가에선 승승장구했지만 유독 영국에선 고전했다. 1990년대 초반 영국에 진출한 알디와 리들은 20년간 1%대 시장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곳보다 한 푼이라도 싸게”라는 구호만으로는 영국인들의 환심을 사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상품만 선별해 판다”고 홍보했지만, 허름한 매장에 싼 물건을 내놓는 것만으론 다양한 브랜드 보는 재미에 길들여진 영국인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이민자들이나 빈민층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만 관심받는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독일 업체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경기침체 속에 브렉시트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더 커지자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모두 돈을 덜 쓰려 해 알디와 리들 같은 곳이 잘나간다는 설명이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3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여전하다.
브렉시트가 결정될 때만 해도 유통시장에선 테스코와 세인즈베리 같은 기존 영국 업체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브렉시트로 유럽 대륙과 영국 사이에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독일에 본사가 있는 알디와 리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영국 유통시장만 놓고 보면 브렉시트의 본래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브렉시트를 통해 EU의 정책 개입과 유럽에서의 이민 유입을 줄여 영국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영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자고 했지만 정반대 상황이다. “알디와 리들의 성장은 브렉시트의 여러 아이러니 중 하나”(영국 인디펜던트)라는 지적은 곱씹어 볼 만하다.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