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갈등이 7개월로 접어들면서 부산·경남지역 협력업체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노조 부분파업이 52차례(총 210시간)에 달하고, 그로 인한 2000억원대 손실이 협력업체로 전이되고 있어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생산량의 49.7%를 차지하는 일본 닛산의 SUV ‘로그’ 수탁생산 물량이 40% 줄고, 차량 판매도 30% 안팎 감소해 ‘생산 절벽’에 처해 있다. 그런데도 해결 기미가 안 보여 협력업체와 지역경제까지 공멸(共滅)할 판이다.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협력업체에 더 치명적인 것은 예측불허의 부정기 파업이라 미리 생산 조정 등을 통해 대비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노조는 파업일정을 전날 또는 당일에야 공개한다. 그러니 협력업체에선 직원들이 출근했다가 파업일에는 일감이 없어 허송하고, 인건비 부담만 쌓여간다. 파업 치고도 이런 ‘갑질 파업’이 없다. 오죽하면 “차라리 일시 셧다운(공장 가동중단)을 해달라”고 협력업체들이 호소할 정도다.

급기야 르노삼성은 이달 하순께 부산공장을 닷새간 문 닫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공장을 돌려봐야 재고만 쌓이는 탓이다. 이미 70%로 내려간 가동률이 하반기에는 50% 밑으로 더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로그 생산계약이 오는 9월 종료되고, 르노 본사는 신차(XM3)를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키로 가닥을 잡고 있다. 벌써부터 ‘판매부진→가동률 추락→공장 폐쇄’라는 한국GM 군산공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장기 파업이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다. 회사는 실적 악화로, 근로자는 수당 감소와 고용 불안으로,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로 고통받는다. 과거 약자의 방어수단이던 파업이 이제는 강자의 갑질 수단으로 변질해 버렸다. 진짜 약자인 협력업체 직원과 지역 상인들의 피를 말리는 ‘갑질 파업’은 더 이상 안 된다. 회사와 협력업체, 지역경제가 망할 때까지 파업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