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국 군대를 테러조직 지정 첫 사례…이란, 중동 주둔 미군 '테러조직' 지정
폼페이오 "기업·은행들에 IRGC와 거래 안 할 의무"…오는 15일 발효 예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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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조치에 이란은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맞불조치를 바로 취해 양국 간 긴장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부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며 "미국이 다른 정부의 일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가 주도한 이번 전례 없는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IRGC가 테러리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국정 운영의 도구로서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군인 IRGC와 함께 IRGC의 해외 활동 조직인 쿠드스군(Qods Force)도 대상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미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를 토대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RGC는 국제 테러리스트 활동을 지휘하고 실행하는 이란 정부의 주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지정은 IRGC가 단순한 테러의 배후 조력자가 아니라 공격 계획과 실행에서 직접적인 참가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지정 조치는 1주일 뒤에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무장관이 재무장관과 협의해 테러조직 지정을 발표하면 의회가 7일간 검토할 수 있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조치는 15일부터 발효된다고 AP와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IRGC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했다.

이란 정규군의 산하 조직으로 안보와 신정일치 체제, 경제력의 군사적 중심축이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지휘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고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 조직에 대한 FTO 첫 지정과 관련, "그건 이란의 행동이 다른 정부의 행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며 "이 조치는 이란 정권에 대한 우리의 최대압박의 범위와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IRGC와 사업을 수행하거나 IRGC에 지원을 제공할 경우 이는 테러리즘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1993년 이후 알 카에다와 IS를 비롯해 이들과 연계한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파벌 등 60여개 집단을 FTO로 지정했다.

다만 국가가 운영하는 군대를 지정한 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란의 경우 1984년부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그간 테러 지원을 이유로 IRGC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개인과 회사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이번에는 IRGC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이란에 대해 테러리즘 지원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이란 정권이 악의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포기할 때까지 재정 압박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지도자들은 혁명가가 아닌 협잡꾼(racketeer)"이라며 이번 조치로 "세계의 기업과 은행들은 그들이 금융 거래를 하는 회사들이 IRGC와 어떤 방식으로도 거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이번 조치에 따라 IRGC와의 접촉을 범죄로 규정해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IRGC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들에 대해 미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이란 군 기관과 이를 돕는 것으로 간주되는 외국 관리들에 대한 처벌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이는 연방 범죄이며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IRGC와 관련된 개인들의 미국 여행도 금지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군 603명이 2003년 이후 이란 군에 희생됐고 이란에 의해 많은 미국인이 억류됐다면서 이란을 향해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측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적성국이라 해도 미국이 해당 정부의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사례는 없었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조직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외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와 연관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에서 미국의 테러 정책을 수행하는 데 책임이 있다"며 "이로 인해 이란의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하고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략적 중동 정책을 강행하는 미국 정권을 '테러지원 국가'로 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미국의 조치에 대해 국제법에 위배되고 불법적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은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7일 경고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데 대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 "나의 또다른 요구를 받아준 점이 고맙다"며 "이 요구는 우리나라와 지역 내 국가들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