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新라이벌' 애플 vs 넷플릭스…HW·SW, 플랫폼·CP 구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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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맞수는 삼성이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 경쟁했다. 각각 스마트폰과 동영상 콘텐츠 라이벌로 꼽혔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은, 영역별 라이벌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애플이 ‘쇼케이스’를 통해 방향 전환을 선언하면서다.
◆ 5G가 촉발한 OTT 시장 경쟁구도
그간 애플은 쇼케이스에서 아이폰 신제품의 하드웨어(HW)적 혁신 기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쇼케이스는 달랐다. 핵심 콘텐츠로 내놓은 ‘애플 TV플러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타깃 삼았다.
넷플릭스는 즉각 견제구를 던졌다. 자사 외의 OTT 플랫폼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애플과의 협력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애플 에어플레이(애플 기기 화면을 TV 화면으로 무선전송하는 기능) 지원도 중단했다.
업계는 이같은 애플과 넷플릭스의 대결 양상을 컨버전스(융합) 기업 경쟁의 ‘징후’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고, HW 기반 애플이 소프트웨어(SW) 서비스로 확장하는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단 얘기다. 정부·지자체 주최 각종 행사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공식 리뷰어로 초청될 정도로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밝은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애플과 넷플릭스가 부딪치기 시작한 게 아주 최근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앞서 애플에 지불하는 수수료율 30%가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2016년 애플이 TV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을 때도 협력하지 않았고,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한 구독 서비스 유치까지 중단했다. 이번 애플 TV플러스 불참도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다.
단순 신경전을 넘어선 핵심 비즈니스의 선제적 확보 차원으로 풀이했다. 최 교수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킬러콘텐츠는 결국 동영상이 될 것”이라며 “새 먹거리를 찾는 글로벌 기업간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애플과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맞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분업·협업보다 "직접 생태계 구축"
전문가들은 특히 “HW와 SW 업체,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사업자(CP)의 구분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게 보면 아마존과 구글이 이미 걸었던 길이다. 하지만 세부 양상은 또 다르다.
아마존·구글 전략의 핵심은 플랫폼 생태계 구축. 박종훈 서강대 교수는 “아마존이나 구글은 플랫폼에 들어오는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반면 지금의 애플과 넷플릭스는 직접 플레이어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플랫폼과 CP가 분리돼 있었다면, 이젠 가급적 중간과정을 없애고 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 HW 기업이자 플랫폼 기업인 애플이 콘텐츠 생산에 뛰어든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애플이 쇼케이스에서 공개한 또 다른 비즈니스 축은 핀테크(금융기술)였다.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페이 강화에 나섰다.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 보안플랫폼 ‘녹스(KNOX)’를 개발하고 삼성페이를 연동했다. 이와 관련,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삼성도 스마트폰 사업모델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10은 ‘다음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HW 기업들의 SW 전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CP까지, HW 업체가 SW도 잘할 수 있을까. 애플의 콘텐츠 제작 투자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340억원)로 알려졌다. 연간 200억달러를 콘텐츠에 쏟아붓는 업계 선두 넷플릭스에 비하면 물음표가 달린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이미 애플이 갖춰놓은 인프라를 무시할 순 없다. 애플에겐 전세계 14억대 이상의 아이폰·아이패드·맥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있다. 최재홍 교수는 “페이스북을 이기려 내놓은 구글플러스가 결국 서비스를 접었다. 기존 입지나 점유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더 날카롭고 빠르며 절박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5G가 촉발한 OTT 시장 경쟁구도
그간 애플은 쇼케이스에서 아이폰 신제품의 하드웨어(HW)적 혁신 기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쇼케이스는 달랐다. 핵심 콘텐츠로 내놓은 ‘애플 TV플러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타깃 삼았다.
넷플릭스는 즉각 견제구를 던졌다. 자사 외의 OTT 플랫폼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애플과의 협력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애플 에어플레이(애플 기기 화면을 TV 화면으로 무선전송하는 기능) 지원도 중단했다.
업계는 이같은 애플과 넷플릭스의 대결 양상을 컨버전스(융합) 기업 경쟁의 ‘징후’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고, HW 기반 애플이 소프트웨어(SW) 서비스로 확장하는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단 얘기다. 정부·지자체 주최 각종 행사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공식 리뷰어로 초청될 정도로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밝은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애플과 넷플릭스가 부딪치기 시작한 게 아주 최근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앞서 애플에 지불하는 수수료율 30%가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2016년 애플이 TV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을 때도 협력하지 않았고,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한 구독 서비스 유치까지 중단했다. 이번 애플 TV플러스 불참도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다.
단순 신경전을 넘어선 핵심 비즈니스의 선제적 확보 차원으로 풀이했다. 최 교수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킬러콘텐츠는 결국 동영상이 될 것”이라며 “새 먹거리를 찾는 글로벌 기업간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애플과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맞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분업·협업보다 "직접 생태계 구축"
전문가들은 특히 “HW와 SW 업체,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사업자(CP)의 구분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게 보면 아마존과 구글이 이미 걸었던 길이다. 하지만 세부 양상은 또 다르다.
아마존·구글 전략의 핵심은 플랫폼 생태계 구축. 박종훈 서강대 교수는 “아마존이나 구글은 플랫폼에 들어오는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반면 지금의 애플과 넷플릭스는 직접 플레이어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플랫폼과 CP가 분리돼 있었다면, 이젠 가급적 중간과정을 없애고 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 HW 기업이자 플랫폼 기업인 애플이 콘텐츠 생산에 뛰어든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애플이 쇼케이스에서 공개한 또 다른 비즈니스 축은 핀테크(금융기술)였다.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페이 강화에 나섰다.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 보안플랫폼 ‘녹스(KNOX)’를 개발하고 삼성페이를 연동했다. 이와 관련,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삼성도 스마트폰 사업모델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10은 ‘다음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HW 기업들의 SW 전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CP까지, HW 업체가 SW도 잘할 수 있을까. 애플의 콘텐츠 제작 투자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340억원)로 알려졌다. 연간 200억달러를 콘텐츠에 쏟아붓는 업계 선두 넷플릭스에 비하면 물음표가 달린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이미 애플이 갖춰놓은 인프라를 무시할 순 없다. 애플에겐 전세계 14억대 이상의 아이폰·아이패드·맥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있다. 최재홍 교수는 “페이스북을 이기려 내놓은 구글플러스가 결국 서비스를 접었다. 기존 입지나 점유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더 날카롭고 빠르며 절박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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