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연은 이코노미스트 보고서…"QE 효과 오래전 중단"
트럼프 공격에 연준도 반격…"경기둔화, 양적긴축 탓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기 둔화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탓으로 돌리며 연신 공격한 가운데 연준에서도 반격의 목소리가 나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크리스토퍼 닐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대차대조표상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이 미국 경제활동 둔화의 원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비정상적인 통화 완화 조치의 제거가 실물경기의 둔화와 낮은 물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진행 중인 연준 대차대조표의 축소는 2018년 자산시장 약세에 책임이 없으며 경제활동을 현저하게 둔화시킬 것 같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8일 이 보고서를 두고 연준의 긴축이 미 경제를 해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한 "연준의 반격"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난해까지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을 두고 여러 차례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을 비난했으며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켰다"며 "연준은 양적 긴축을 없애고 대신 양적 완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천억달러였던 자산 규모를 2014년 4조5천억달러까지 부풀렸다가 정상화에 나섰다.

연준 자산은 연 1천300억달러씩 줄다가 지난해 2월 이후로는 속도가 빨라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주가 약세가 연준의 양적 긴축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닐리 이코노미스트는 "양적 긴축은 어떠한 눈에 띄는 방식으로도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

그는 연준의 자산매입, 단기 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 등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이미 수년 전 중단됐고 아직 남아 있는 양적 완화의 효과는 뒤집히지 않거나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닐리 이코노미스트는 양적 완화(QE)가 시장 금리에 미친 긍정적인 유동성 효과는 일시적으로 비유동적인 시장을 복구한 데 따른 결과이므로 양적 긴축에도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4년 자산 매입이 끝나고 이듬해 금리 인상이 시작된 만큼 양적 긴축은 이미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고 시작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연준의 자산 축소가 소규모로 점진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시장 금리에는 수년간 미미한 수준의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