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전성시대] (上) "커피, 사드세요? 저는 '구독'합니다"…영화·커피·자동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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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全 산업으로 확산…생필품부터 사치품까지
#. 회사원 박정민(38)씨는 지난해 말부터 유명 카페 브랜드 '프릳츠'의 원두를 한 달에 200g씩 집으로 배송받고 있다. 월 5만2000원만 내면 가장 좋아하는 원두를 로스팅해 만든 커피를 붐비는 카페 대신 집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그는 "지난해 우연히 해당 카페에 들렀다가 원두를 정기 배송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독' 신청을 했다"며 "언제든 원두의 양과 배송 주기를 조정할 수 있어 주문을 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독(Subscription) 경제'가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매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유나 신문 등을 매일 배송받아 소비하던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내년 약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 5달러만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씩"
프랜차이즈 업체 '버거킹'은 최근 미국에서 월 5달러를 내면 하루에 커피 한 잔씩을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웰빙 트렌드에 따라 버거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커피 매출은 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콘텐츠가 과거에는 버거였다면 이제는 커피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를 본격화시킨 서비스로 '넷플릭스'를 꼽는다.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돈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저장기기에 소유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온라인에 접속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39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구독경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일궈낸 기업으로 꼽힌다.
초기 구독경제는 신문이나 우유처럼 생필품에 한정됐다. 2011년 달러쉐이브클럽은 월 9달러만 내면 회원들에게 면도날을 최대 6개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해 소위 '대박'을 쳤다. 5년 만에 회원 수를 300만명까지 끌어모았다. 질레트는 곧바로 월 10달러를 내면 프리미엄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맞불을 놓았다. 2016년 뉴욕에서 창업한 허블은 월 30달러에 일회용 콘택트렌즈 60개를 회원들에게 정기 배송해주는 것으로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자동차 같은 고가 제품들도 구독경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2017년 포르쉐는 월 2000달러를 내면 8가지 차종을, 3000달러를 내면 22가지 차종을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했던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반응이 일자 서비스 지역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포르쉐를 타고는 싶지만 '소유'할 정도의 재정적 능력이 없었던 잠재적 구매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는 평가다. 캐딜락도 일정 금액을 내면 1년에 최대 18회 차량을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도 기업의 미래를 구독경제에서 찾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는 연회비 99달러를 내면 회원들에게 반품 서비스, 익일 배송, 디지털 콘텐츠 무제한 스트리밍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2017년 기준 97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보다 52% 늘어난 수치다. 애플은 최근 '애플 tv+', '애플 뉴스+', '애플 아케이드' 등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무제한 콘텐츠를 즐기는 구독 서비스 3종을 출시했다. 아이폰 등 전자기기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콘텐츠 플랫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소유보다는 경험에서 만족 찾는 밀레니얼 세대"
구독경제의 확산은 '소유'보다는 '경험'에서 만족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1986~1991년 출생 세대)가 이끌고 있다. 예를 들어 수 천 만원짜리 중형차를 한 대 사서 타는 대신 월정액을 지불하고 필요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차량을 타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 '주오라'(결제 및 소프트웨어)의 창립자 티엔 추오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타는 데 관심이 있을 뿐, 사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이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볼보는 최근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더 익숙한 이들 세대를 타깃으로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는 데에는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만성적인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적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앞날의 행복 대신 당장 누릴 수 있는 작은 만족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대와 트렌드가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완전한 소유보다는 필요에 따라 적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 효용 측면에서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소유물과 달리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도 부담감을 느끼기 싫어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재산을 축적하는 데에서 만족을 느끼는 '창고형 행복' 대신 순간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세대라는 점도 이들이 구독경제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 때문'(25%)이었다. 이어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24%), '경제적 이익 때문'(19%), '편리함'(12%) 등이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구독(Subscription) 경제'가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매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유나 신문 등을 매일 배송받아 소비하던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내년 약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 5달러만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씩"
프랜차이즈 업체 '버거킹'은 최근 미국에서 월 5달러를 내면 하루에 커피 한 잔씩을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웰빙 트렌드에 따라 버거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커피 매출은 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콘텐츠가 과거에는 버거였다면 이제는 커피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를 본격화시킨 서비스로 '넷플릭스'를 꼽는다.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돈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저장기기에 소유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온라인에 접속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39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구독경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일궈낸 기업으로 꼽힌다.
초기 구독경제는 신문이나 우유처럼 생필품에 한정됐다. 2011년 달러쉐이브클럽은 월 9달러만 내면 회원들에게 면도날을 최대 6개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해 소위 '대박'을 쳤다. 5년 만에 회원 수를 300만명까지 끌어모았다. 질레트는 곧바로 월 10달러를 내면 프리미엄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맞불을 놓았다. 2016년 뉴욕에서 창업한 허블은 월 30달러에 일회용 콘택트렌즈 60개를 회원들에게 정기 배송해주는 것으로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자동차 같은 고가 제품들도 구독경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2017년 포르쉐는 월 2000달러를 내면 8가지 차종을, 3000달러를 내면 22가지 차종을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했던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반응이 일자 서비스 지역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포르쉐를 타고는 싶지만 '소유'할 정도의 재정적 능력이 없었던 잠재적 구매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는 평가다. 캐딜락도 일정 금액을 내면 1년에 최대 18회 차량을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도 기업의 미래를 구독경제에서 찾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는 연회비 99달러를 내면 회원들에게 반품 서비스, 익일 배송, 디지털 콘텐츠 무제한 스트리밍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2017년 기준 97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보다 52% 늘어난 수치다. 애플은 최근 '애플 tv+', '애플 뉴스+', '애플 아케이드' 등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무제한 콘텐츠를 즐기는 구독 서비스 3종을 출시했다. 아이폰 등 전자기기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콘텐츠 플랫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소유보다는 경험에서 만족 찾는 밀레니얼 세대"
구독경제의 확산은 '소유'보다는 '경험'에서 만족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1986~1991년 출생 세대)가 이끌고 있다. 예를 들어 수 천 만원짜리 중형차를 한 대 사서 타는 대신 월정액을 지불하고 필요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차량을 타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 '주오라'(결제 및 소프트웨어)의 창립자 티엔 추오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타는 데 관심이 있을 뿐, 사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이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볼보는 최근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더 익숙한 이들 세대를 타깃으로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는 데에는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만성적인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적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앞날의 행복 대신 당장 누릴 수 있는 작은 만족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대와 트렌드가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완전한 소유보다는 필요에 따라 적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 효용 측면에서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소유물과 달리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도 부담감을 느끼기 싫어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재산을 축적하는 데에서 만족을 느끼는 '창고형 행복' 대신 순간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세대라는 점도 이들이 구독경제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 때문'(25%)이었다. 이어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24%), '경제적 이익 때문'(19%), '편리함'(12%) 등이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