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서예가 죽암 여성구 씨가 10~16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4년과 2009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 개인전이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서예를 접한 여씨는 아버지가 글씨 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평생 서예가로 살았다. 구당 여원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36년간 서예를 공부한 그는 최근 철(鐵)필로 쓰는 전각, 모(毛)필로 쓰는 서예의 세계를 탐구하며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칼과 붓으로 유유자적을 즐긴다’라는 뜻의 ‘도필자적(刀筆自適)’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전각 502방, 서예 402점을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쓴 채근담의 전문을 전각과 서예로 각각 옮겼다. 채근담은 청빈한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 인격의 수련을 담은 책이다. 붓으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칼의 힘으로 난관을 뚫는 문구들이 더욱 정감이 간다. 그래서일까, 여씨의 서예 작품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 돋보인다.

여씨는 “서예가가 직업이지만 쓰고 새기는 작업을 일로 여기기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과 묘미를 잃지 않으려 한다”며 “획이 공간으로 들어차는 것과 여백을 활용해 조화를 이루고 ‘필’을 잡는 강약을 달리하며 서체의 조화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