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취임식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불행한 남북관계 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 기본 방향이 바뀌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해 온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대북제재 국제공조에서 벗어나 “남북한 경협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담은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김 장관의 이념적 편향성을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우발적 사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어차피 겪었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했다. 심지어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발동된 ‘5·24 조치’를 “바보 같은 제재”, 개성공단 중단을 “자해 행위”라는 말로 비난했다. 김 장관의 이런 ‘생각’과 ‘소신’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남북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발언 배경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굳건한 스크럼을 짜고 북한 비핵화 압박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일원인 우리 정부만 따로 놀아서는 곤란하다. 남북한 경협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조의 틀’을 깰 수도 있다고 읽힐 수 있는 김 장관 발언이 국제사회에 어떤 악영향과 부정적인 신호를 줄지 너무나도 분명하다. 북한 비핵화는 요원해지고, 제재를 둘러싼 입장 차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미 간 불신이 더 깊어질 것이다. 제재 이탈을 수차례 경고해 온 미국 정부로부터 우리 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숱한 도발을 일으키고도 사죄 한 번 한 적이 없다. 남북한이 공존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려면 관계파탄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하는 등 결자해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북한은 우리끼리 등 대남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에 대해 “줏대 없이 외세에 휘둘리고 있다”거나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등 갖은 험담을 늘어놓고 있다.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누가 이렇게 만들어놨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경험했듯이, 북에 끌려간다면 ‘더한 도발과 요구’로 되돌아오는 악순환만 거듭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