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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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적금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금리가 크게 낮기 때문이다. 기본금리를 비교하면 최대 1.4%포인트(12개월 만기 기준)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이용자 사이에선 은행권 적금상품 금리가 유독 낮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은행적금 '쥐꼬리 금리'…"年 2%대 상품 2개뿐"
연 2% 적금 찾기 어려워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의 12개월 만기 적금상품 가운데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케이뱅크의 연 2.80%짜리 ‘코드K 자유적금’으로 조사됐다. 5대 은행 적금상품 중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국민은행의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연 2.15%)’보다 0.65%포인트 높다. 기본금리가 연 1.40%로 가장 낮은 우리은행 ‘위비 슈퍼 주거래 정기적금2’와는 1.40%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카카오뱅크가 판매하는 ‘카카오뱅크 자유적금’은 기본금리 연 2.50%, 케이뱅크의 또 다른 적금상품인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은 연 2.25%다. 반면 5대 은행 중 기본금리가 연 2%를 넘는 적금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의 ‘올포미 정기적금’의 기본금리는 연 2.00%다.

KEB하나은행은 기본금리 연 1.45~1.95%짜리 적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주거래 드림적금’(연 1.70%)과 농협은행의 ‘정기적금’(연 1.80%)도 기본금리가 ‘짠’ 상품이다.

우대금리를 더한 최고 금리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과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은 우대금리를 더하면 각각 연 3.20%와 연 2.85%까지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은 공과금 자동납부 등 6개 조건을 충족해도 연 2.75%가 한계다. 농협은행의 ‘정기적금’은 우대금리 없이 연 1.80% 고정이다. 다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에 공시가 누락된 상품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영업전략 바뀌어야”

인터넷전문은행은 자금 조달 수단이 고객 예·적금, 개인 신용대출로 단순하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개인 고객을 확보해야 성장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시중은행은 대기업, 중소기업 대출 등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예·적금 금리 경쟁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상품 금리 인상은 당분간 어렵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리 경쟁에 당장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다. 하지만 점포 없이 비대면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고정비가 크지 않다. 아낀 고정비만큼 상품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격차가 계속되면 5대 은행이 적금 시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적금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0.1%포인트만 차이 나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선택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시대 및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은행 영업 방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점포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혁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소한 비대면에 특화된 상품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금리를 과감하게 제공하는 식의 시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