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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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도의 ‘청년 국민연금 지원제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지원사업’에 대해 ‘재협의’ 의견을 지난달 26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복지 제도를 만들려면 복지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지금 방안대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지원사업은 경기 지역 내 만 18세 청년에게 국민연금 첫달치 보험료(9만원)를 대신 내주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첫달치만 내고 안 내다가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추후 납부(추납제도)할 수 있다. 이 추납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경기도 청년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나고 노후에 받는 연금도 커진다. 경기도에 따르면 18세 청년이 만 65~85세에 받게 될 연금 총액은 일반 가입자보다 3100만원 많아진다.
정부, 이재명표 '청년 국민연금'에 제동 걸었지만…
경기도가 지난해 말 예산 147억원을 편성하며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경기도민에게만 적용되는 정책에 전체 가입자가 모은 국민연금이 투입되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추납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재정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도 재협의 의견을 내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연금재정 악화 문제를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도가 현재 설계한 상태로는 사업 시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내용을 보완해서 다시 제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일부 보완할 수 있다”면서도 “지역 청년에게 첫달치 보험료를 지원한다는 핵심은 그대로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이달 말 사업 수정안을 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양측은 수정안을 갖고 재협의를 하되 여기서도 뜻을 모으지 못하면 정부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사회보장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그러나 경기도가 제도의 큰 틀은 바꿀 수 없다는 기조여서 청년 국민연금 논란이 향후 법정 소송 등 최악의 사태까지 번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대한 사회보장기본법이 정한 협의와 조정 등 법적 절차 안에서 경기도와 합의를 보겠다”고 밝혔다.

서민준 /윤상연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