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올해 하반기 수립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석탄발전의 과감한 추가 감축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폐쇄하는 석탄발전소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선 LNG발전 확대 정책이 정부 기대만큼 순항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고용 감소와 전기요금 인상이 우려되는 데다 LNG발전도 대기오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친환경이라며 LNG산업 육성을 내세웠다가 세 가지 고민을 모두 떠안게 된 셈이다.
LNG발전 늘리기 '3大 딜레마' 빠진 정부
9일 김삼화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발전공기업 5곳에서 받은 발전소 인력 현황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폐쇄가 유력한 석탄발전소 26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협력업체를 합쳐 6410명이다. 이들 발전소는 2029년까지 차례로 설계 수명 30년에 이르는데 산업부는 지난달 “석탄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던 것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때문에 발전사들 사이에선 몇 년 안에 석탄발전소 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폐쇄 석탄발전소의 LNG발전소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문제는 LNG발전의 인력 수요가 석탄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발전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LNG발전소의 인력 수요는 석탄발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LNG발전 설비 구조가 석탄발전보다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있는 0.92GW 규모 분당LNG발전소 1~8호는 협력업체를 합쳐 총 235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규모(0.9GW)의 석탄발전소 호남·동해 1~2호기 인력(714명)보다 크게 적다.

LNG발전이 그간 알려졌던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LNG발전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석탄발전의 8분의 1에 그친다는 점을 ‘LNG=친환경’의 주요 근거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LNG발전소에서 규제 대상이 아닌 일산화탄소(CO)와 미연탄화수소(UHC)가 대량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CO는 농도가 높으면 질식을 유발하는 유독가스이고 UHC는 2차 초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유해물질 배출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산업부는 이날 배포한 한경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LNG발전의 CO와 UHC는 기동 초기가 아닌 정상 운전 시에는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면서도 “인근 주민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LNG발전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저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LNG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석탄과 원자력보다 비싸다. 한국전력은 작년 LNG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h당 121.0원에 구입했다. 유연탄(81.8원), 원전(62.1원)보다 최대 두 배 높다. 이런 상황에서 LNG발전 비중이 늘면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하고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정책의 기본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인데 정부는 안전과 환경이란 대의명분에 얽매여 무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단가가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성급하게 확대하기보다 탈(脫)원전 정책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