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으로 본 조양호 회장 경영철학 "외형보다 내실…쇼하지 않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show)’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엔 ‘한 우물을 판’ 기업이 가치를 인정받겠죠.”
45년간 수송보국(輸送報國)의 한길을 걷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그의 경영철학과 생전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 회장 취임 이후 줄곧 외형적 확장보다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本流)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은 절대 사절이다. 재계 순위가 몇 위인지보다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한다”고 말해왔다.
조 회장은 2009년 대한항공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항공이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두루 거치며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평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를 꿈꿨다. 그는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사람”이라며 “시스템을 잘 만들고 잘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7년 신년사에선 “대한항공의 규정과 매뉴얼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판”이라며 ‘시스템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의 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엔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은 체질이 다르다”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나친 고액 연봉과 단기 실적 위주인 미국 경영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1년엔 “한국 경제는 결국 ‘오너십’이 있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로 끌고 가야 한다”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오너’가 없으니 단기 이익만 노리고 장기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45년간 수송보국(輸送報國)의 한길을 걷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그의 경영철학과 생전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 회장 취임 이후 줄곧 외형적 확장보다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本流)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은 절대 사절이다. 재계 순위가 몇 위인지보다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한다”고 말해왔다.
조 회장은 2009년 대한항공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항공이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두루 거치며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평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를 꿈꿨다. 그는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사람”이라며 “시스템을 잘 만들고 잘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7년 신년사에선 “대한항공의 규정과 매뉴얼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판”이라며 ‘시스템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의 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엔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은 체질이 다르다”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나친 고액 연봉과 단기 실적 위주인 미국 경영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1년엔 “한국 경제는 결국 ‘오너십’이 있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로 끌고 가야 한다”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오너’가 없으니 단기 이익만 노리고 장기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