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유입 땐 끝장"…방역 비상벨 울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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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中·동남아 확산에 긴급 담화
공항·항만 등 검역 대폭 강화
中·동남아 확산에 긴급 담화
공항·항만 등 검역 대폭 강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 ASF 발병국에서 들어온 항공기 휴대품 검사가 대폭 강화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SF 관련 부처 합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던 ASF가 작년 8월 이후 중국 베트남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가 많아 유입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데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탓에 일단 유입되면 ‘살(殺)처분’ 외에는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여행객이 들여온 축산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 검출되는 등 유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SF 유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ASF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선박 항공기에 검역 탐지견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불법 축산물을 들여온 사람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는 10만~100만원에서 오는 6월 말부터 30만~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ASF가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 더 각별한 주의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백신 없고 치사율 100% 돼지열병…중국 휩쓸고 동남아까지 초토화
국내 양돈 농가와 돈육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에 확산되면서 국내 전염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양돈가가 ASF로 ‘쑥대밭’이 되는 데 걸린 기간은 채 6개월도 안 됐다. 작년 8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 상륙한 ASF는 3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7개월 만에 모돈(어미돼지)의 30%가 땅에 묻혔다. 베트남 등 ASF가 휩쓸고 지나간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치사율 100%에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보니 유일한 대책은 국내 유입을 막는 것뿐이다. 정부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가축 전염병에 대해 “협조를 부탁한다”며 ‘대국민 담화’까지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유입 차단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구제역 능가하는 ‘슈퍼바이러스’
ASF는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열이 나고 피부에 푸른 반점과 충혈이 생긴다. 급성형은 발병 후 9일 안에 거의 100% 죽는다. 치사율이 5~55%인 구제역과는 비교도 안 된다. 급성이 아니어도 폐사율이 최대 70%에 이른다. ASF 바이러스는 고기를 얼린 상태에서 1000일, 소금으로 절인 상태에서 1년 이상 살 정도로 생존력도 높다.
감염 경로는 진드기, 야생멧돼지, 음식물쓰레기, 배설물, 각종 육가공품 등이다. 공기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사람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돼지고기, 육가공품을 먹어도 문제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있는 잔반을 사료로 먹은 돼지는 곧장 감염된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탓에 해외에서도 ASF에 전염된 돼지는 100% 살(殺)처분한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ASF가 상륙하면 삼겹살 한 근에 10만원이 될 것”이란 얘기가 양돈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한 번 ASF가 발병한 농장은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도 ‘돼지농장’ 간판을 다시 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장을 소독해도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살아남기 때문이다. 동유럽에서 ASF가 발병한 지 수개월이 지난 뒤 축사에 돼지를 넣었으나 모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
국내에 ASF가 유입된다면 경로는 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하나는 야생 멧돼지다. ASF는 멧돼지가 숙주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번졌던 ASF가 중국에 유입된 경로도 야생 멧돼지로 추정됐다. 중국 전역이 ASF 손아귀에 들어간 만큼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곳이 이미 뚫린 마당에 북한만 ‘청정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에서 발견된 ASF 바이러스 확인 건수는 211건으로 중국(110건)을 능가했다.
다른 경로는 중국 베트남 등 ASF 발병국에서 넘어온 육가공품이다. 이들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만큼 아무리 열심히 방역해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런 점을 감안해 9일 대국민 담화에서 “불법 휴대 축산물로 인한 유입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나 검출된 것도 ‘육가공품을 통한 유입’ 우려를 높이고 있다.
치솟는 돼지고기 가격
ASF가 확산되면서 세계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들은 ‘패닉’에 빠졌다. 세계 돼지고기의 50%인 연간 4억 마리를 소비하는 중국의 모돈이 30% 이상 폐사하면서 공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단 ASF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반영돼서다. 지난 8일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에서 돈육 선물(6월물) 가격이 연중 최고가인 파운드당 97.82센트를 기록하게 된 배경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해 대량 수입한 뒤 냉동하는 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돼지고기 가격도 지난달 ㎏당 3680원에서 이달 4771원으로 상승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도 전국 6188개 양돈 농가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ASF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불안 때문이다. 국내 양돈산업은 7조원 규모로 전체 축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ASF가 상륙하면 국내 양돈산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보라/강영연 기자 ohyeah@hankyung.com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SF 관련 부처 합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던 ASF가 작년 8월 이후 중국 베트남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가 많아 유입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데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탓에 일단 유입되면 ‘살(殺)처분’ 외에는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여행객이 들여온 축산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 검출되는 등 유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SF 유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ASF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선박 항공기에 검역 탐지견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불법 축산물을 들여온 사람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는 10만~100만원에서 오는 6월 말부터 30만~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ASF가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 더 각별한 주의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백신 없고 치사율 100% 돼지열병…중국 휩쓸고 동남아까지 초토화
국내 양돈 농가와 돈육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에 확산되면서 국내 전염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양돈가가 ASF로 ‘쑥대밭’이 되는 데 걸린 기간은 채 6개월도 안 됐다. 작년 8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 상륙한 ASF는 3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7개월 만에 모돈(어미돼지)의 30%가 땅에 묻혔다. 베트남 등 ASF가 휩쓸고 지나간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치사율 100%에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보니 유일한 대책은 국내 유입을 막는 것뿐이다. 정부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가축 전염병에 대해 “협조를 부탁한다”며 ‘대국민 담화’까지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유입 차단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구제역 능가하는 ‘슈퍼바이러스’
ASF는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열이 나고 피부에 푸른 반점과 충혈이 생긴다. 급성형은 발병 후 9일 안에 거의 100% 죽는다. 치사율이 5~55%인 구제역과는 비교도 안 된다. 급성이 아니어도 폐사율이 최대 70%에 이른다. ASF 바이러스는 고기를 얼린 상태에서 1000일, 소금으로 절인 상태에서 1년 이상 살 정도로 생존력도 높다.
감염 경로는 진드기, 야생멧돼지, 음식물쓰레기, 배설물, 각종 육가공품 등이다. 공기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사람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돼지고기, 육가공품을 먹어도 문제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있는 잔반을 사료로 먹은 돼지는 곧장 감염된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탓에 해외에서도 ASF에 전염된 돼지는 100% 살(殺)처분한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ASF가 상륙하면 삼겹살 한 근에 10만원이 될 것”이란 얘기가 양돈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한 번 ASF가 발병한 농장은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도 ‘돼지농장’ 간판을 다시 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장을 소독해도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살아남기 때문이다. 동유럽에서 ASF가 발병한 지 수개월이 지난 뒤 축사에 돼지를 넣었으나 모두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
국내에 ASF가 유입된다면 경로는 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하나는 야생 멧돼지다. ASF는 멧돼지가 숙주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번졌던 ASF가 중국에 유입된 경로도 야생 멧돼지로 추정됐다. 중국 전역이 ASF 손아귀에 들어간 만큼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곳이 이미 뚫린 마당에 북한만 ‘청정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에서 발견된 ASF 바이러스 확인 건수는 211건으로 중국(110건)을 능가했다.
다른 경로는 중국 베트남 등 ASF 발병국에서 넘어온 육가공품이다. 이들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만큼 아무리 열심히 방역해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런 점을 감안해 9일 대국민 담화에서 “불법 휴대 축산물로 인한 유입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가져온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이나 검출된 것도 ‘육가공품을 통한 유입’ 우려를 높이고 있다.
치솟는 돼지고기 가격
ASF가 확산되면서 세계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들은 ‘패닉’에 빠졌다. 세계 돼지고기의 50%인 연간 4억 마리를 소비하는 중국의 모돈이 30% 이상 폐사하면서 공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단 ASF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반영돼서다. 지난 8일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에서 돈육 선물(6월물) 가격이 연중 최고가인 파운드당 97.82센트를 기록하게 된 배경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해 대량 수입한 뒤 냉동하는 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돼지고기 가격도 지난달 ㎏당 3680원에서 이달 4771원으로 상승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도 전국 6188개 양돈 농가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ASF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불안 때문이다. 국내 양돈산업은 7조원 규모로 전체 축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ASF가 상륙하면 국내 양돈산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보라/강영연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