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입사 2년 만에 병 진단…악성림프종 산재 신청만 11건"
 반도체 노동자 악성림프종 또 사망…"근본대책 마련해야"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서울반도체에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가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지난 8일 숨졌다고 10일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2015년 서울반도체에 입사한 이모(27) 씨는 2년 만인 2017년 9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2년 동안의 투병 생활 끝에 결국 숨을 거뒀다.

반올림은 성명을 내고 "서울반도체는 고인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보호조치도 제공하지 않은 채 2교대로 12시간씩 일을 시켰다"며 "고인은 근무 중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인을 비롯해 수많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여전히 백혈병과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등 희소질환으로 고통받거나 숨지고 있다"며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을 위해 유해물질 사용과 노출을 더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0월 이 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지만, 회사 측은 지난 1월 이 씨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공단을 상대로 산재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10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던 고인의 발인을 미루며 회사 측에 소송 취하를 요구했고, 결국 서울반도체 측은 이날 정오께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올림은 성명을 내고 "어처구니없는 소송은 막았지만 '서울반도체는 안전하다'는 대표이사의 위험한 인식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서울반도체가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감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전자산업 종사 노동자 가운데 직업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반올림에 접수된 제보는 지난달까지 총 197건이다.

반올림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들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그동안 137명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43명(근로복지공단 인정 25명, 법원 18명)이 업무상 재해로 병을 얻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반올림이 산재를 신청한 질병 유형으로는 백혈병(33건)이 가장 많았고, 유방암(23건), 뇌종양(12건) 순이었다.

이 씨가 앓았던 악성림프종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경우도 11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