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
지난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많은 사람의 헌신적인 대응으로 빠르게 수습됐다. 검게 변해 버린 백두대간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아 건강한 생태계로 복원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찾아봤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외형적인 복원은 20년 이상 지나야 이전의 70~80% 수준으로 회복된다. 복원되는 생태계가 소나무 숲이 될지 참나무 숲이 될지는 기후와 자연환경의 변화 등과 관련 있다고 한다.

생태계(生態系)는 1935년 영국 식물생태학자인 탠슬리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 이를 제어하는 무기적 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 체계를 일컫는다. 여기에 비생물적 요소인 물질과 에너지 흐름의 상호작용까지 포함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생태계다. 산업을 유기체로 보고 이런 개념을 적용한 것이 ‘산업 생태계(industrial ecosystem)’라는 용어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산업 생태계는 기술집약적 산업과 업종 간 융복합 산업으로 개편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페트로차이나, 엑슨모빌, GE 등과 같은 전통의 제조업체였지만 2018년에는 애플과 알파벳, 아마존과 페이스북 같은 업체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중심 기업들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의 대응력을 높이고 플랫폼 기업과 공유경제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수출 주도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열화를 촉진해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했다. ‘합리적 상호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계열화된 중소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은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며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상호이익의 합리적 재분배’는 이른바 ‘갑질’과 ‘단가 후려치기’ 등 계열화된 종속적 거래 환경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은 날씨 변화나 계절 변화의 수준을 넘어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는 정도의 큰 변화다.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평적 협력이 중요하다.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습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상호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폭넓고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부품과 소재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경쟁력 또한 높여야 한다. 이 같은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열려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