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DNA 상관관계 등
흥미로운 연구주제 많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에 내정된 김성근 서울대 교수는 10일 서울 세종대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2019년 상반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선정’ 브리핑에서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경구를 인용했다. ‘안전한 육로’로 예정된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 ‘험한 바다’에 과감히 도전하는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미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세 개 분야에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공익적 성격의 기술 혁신 지원 활동이다. 2013년 8월 이후 현재까지 517개 연구 과제에 총 6667억원을 지원했다.
매년 세 차례 결정되는 지원 사업의 중요한 선정 기준은 김 교수가 강조한 ‘프런티어 정신’이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과 별개로 독창적인 프런티어형 연구 시도를 환영한다”며 “세계 최초를 추구하며 실패는 감싸 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에는 총 44개의 연구 과제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재단이 과학자들에게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덕분에 학계에선 ‘제목만 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과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DNA 연구, 고혈압 같은 질환과 소금의 상관관계, 말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센서, 6세대(6G) 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젊은 소장 학자들에게도 연구 지원금이 많이 돌아갔다. ‘플로어 이론을 이용한 사교기하학 연구와 천체역학으로 응용’이라는 연구 과제를 신청한 김준태 고등과학원(KIAS) 박사는 박사후 과정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지원 과제 책임자에 선정됐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상무는 “43세 이하 연구자의 선정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신진 연구자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연구 과제엔 환경오염, 난치병 극복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도 많이 포함됐다. 공익을 좀 더 염두에 두겠다는 재단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