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정부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지출이 급증했지만 세수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세수호황’이 끝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수지, 올들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1~2월 국세수입은 49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수 목표액 중 실제로 걷힌 세금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도 16.7%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부가가치세에서 지방소비세로 빠져나가는 비중이 종전 11%에서 15%로 커지면서 국세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세수가 줄었다. 소득세는 1~2월 17조6000억원이 걷혔다. 작년(16조9000억원)보다 6000억원 넘게 늘었다. 기업이 지난해 2월 지급했던 설 상여금을 1~2월에 나눠 지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부가가치세는 1~2월 14조9000억원이 걷혀 작년(15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수출 호조로 수출과 설비투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1~2월 관세 수입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작년보다 2000억원 줄어든 1조4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었다. 정부 지출예산 집행 실적을 보면 올해 주요 관리대상사업 291조6000억원 중 2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60조3000억원으로, 계획보다 10조4000억원이 초과 집행됐다.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연초에 지출이 집중됐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올해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 목표치(61만 명)의 40%를 1~2월 고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출 급증과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재정수지는 급격히 악화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월 기준 11조8000억원 적자였다. 국가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도 1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세수가 줄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악화로 법인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최근 얼어붙으면서 양도소득세 세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세수 여건은 나빠지는데 예산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돈 풀기가 끝난 뒤 그 뒷감당은 미래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는 ‘세수 펑크’ 우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월의 세수 진도율 등을 보면 일부 진도율이 다소 미진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정분권으로 부가가치세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고 법인세 소득세 등이 본격적으로 걷히기 전이라 연간 세수 부족을 우려하기에는 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