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4만 명 늘어 증가 폭이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 명대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4%로 3월 기준으로는 198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1년 전에 비해 6만 명 줄어 실업률은 4.3%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용시장에도 봄이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10만8000명 줄어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2000명 늘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7만9000명 증가했다. 농림어업 취업자에는 실업으로 인한 ‘비자발적 귀농’ 인구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월 고용통계는 한마디로 일자리는 늘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33만8000명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2만7000명 늘어난 데에서도 나타난다. ‘쪼개기 알바’가 늘어난 결과다. 주로 ‘세금 일자리’인 60세 이상 취업자가 34만6000명 증가했지만 40대와 30대는 각각 16만8000명, 8만2000명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세금 살포로 가능했던 ‘일자리 분식(粉飾)’이 앞으로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 있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2월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8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수에는 지난해 경기상황이 본격 반영된다. 지난해 540개 상장사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빼면 4.6% 감소했다. 올해 세수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2014년부터 지속된 세수 호조가 끝나면 ‘세금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진다. 당장 올해는 추경부터 빚을 내서 짜야 할 판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첩경은 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세금 한 푼 안 들어가는 정공법이 있는데 엉뚱한 곳에 혈세를 쏟아붓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