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GDP의 2.4%로 상향…EU와 새 갈등 뇌관되나
"연간소득 6천500만원 미만 가구에 단일세율 적용 감세안도 채택"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선 뒤 각종 선심성 정책을 밀어붙여 유럽연합(EU)의 우려를 사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공식적으로 대폭 하향하고, 재정적자 비율도 상당폭 올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9일 오후(현지시간) 각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비관적인 거시 경제전망을 담은 경제재정문서(DEF)를 승인했다.
이탈리아, 비관적 경제전망 발표…올해 성장률 0.2%로 대폭 하향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 12월 예상치였던 1%에 훨씬 못 미치는 0.2%로 하향한 반면, 작년에 EU와의 줄다리기 끝에 국내총생산(GDP)의 2.04%로 간신히 합의했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2.4%로 올렸다.

이 같은 재정적자 규모 상향은 EU와의 새로운 갈등의 뇌관이 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의 경제 대국이자, GDP의 131%를 웃도는 국가부채를 짊어진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엄격히 관리하지 않고 확장 정책을 펼칠 경우 그리스 식의 채무 위기가 닥쳐 EU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발표한 DEF에서 EU가 경기 침체에 직면한 나라의 경우 예산안 운용에 있어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규약 덕분에 EU의 예산 규정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비관적 경제전망 발표…올해 성장률 0.2%로 대폭 하향
오는 9월 개시될 내년 예산안 편성의 기초 자료이기도 한 이번 DEF는 국제 신용평가사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경제 기구들이 세계 경제의 둔화와 국내 소비심리 및 투자심리의 악화 등의 이유를 들며 이탈리아의 올해 성장률을 줄줄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다.

DEF를 승인한 이탈리아의 각료 회의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에는 IMF가 올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을 0.1%로 대폭 깎고, 재정적자 규모는 2.7%로 크게 올린 바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이런 암울한 경제전망에도 불구하고 감세라는 국가 재정에 추가로 부담을 줄 정책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EU, IMF 등의 국제기구는 저소득층에 1인당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연금 수급 연령 하향 등 포퓰리즘 정부가 도입한 정책들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감당하고, 이탈리아의 막대한 공공부채를 관리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집권당 오성운동과 극우성향의 '동맹'이 손을 잡고 탄생시킨 포퓰리즘 정부는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표를 의식해 연간 소득이 5만 유로(약 6천500만원) 미만인 가구에는 15%, 또는 20%의 단일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을 이번 DEF에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탈리아는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사실상 경제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