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정권 고위관료 망언 릴레이…사임 도미노에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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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 "부흥보다 정치" 발언…"임명한 총리가 책임져야"
사이버보안 담당이면서 '컴맹'·병걸린 선수놓고 "실망이다"…망언 쏟아내
'손타쿠 발언' 파문 부대신 경질 후 엿새만…중요 선거 앞두고 아베 정권 '암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서 다시 고위 관료들의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 선거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관료들이 설화(舌禍)로 사임하는 사태가 잇따르자 여당 자민당 내에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이 전날 '부흥보다 정치' 발언으로 경질됐다. 그는 같은 자민당 소속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子) 의원의 후원모임에서 한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다카하시 의원"이라는 발언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복구를 의미하는 '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사쿠라다 담당상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도쿄(東京) 올림픽·패럴림픽을 동일본대지진 부흥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사표를 받은 직후 수리하며 후임으로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중의원 의원을 임명하며 신속히 움직였다.
그러나 사쿠라다 담당상이 작년 10월 입각한 뒤 반년 사이 무수한 망언을 쏟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질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2016년 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지난 2월에는 수영 유망주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던 선수라서 실망이다"고 말했다가 선수가 아닌 성적만 걱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 피해에 대해 "국도, 교통, 자동차도로가 온전히 움직이고 있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해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달 13일에는 올림픽 헌장에 대해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만, 읽은 적은 없다"고 말했고, 작년에는 북한 올림픽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내 담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담당 업무도 잘 모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이버보안 담당상도 겸직하고 있는 그가 실은 '컴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해서 (문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컴퓨터를 칠 일은 없다"고 말해 비판을 오히려 키웠다.
말실수도 연발해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시노마키(石卷)시'를 3번이나 '이시마키'시로 잘못 발음했고, 작년에는 국가 올림픽 예산을 '1천500엔(1만5천400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을 '렌포'라고 불렀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경질은 스스로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를 했다고 자랑했다가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이 경질된 뒤 불과 엿새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손타쿠'했다고 스스로 밝히며 파문을 일으켰다가 결국 4일 경질됐다.
이는 지난 7일 후쿠오카(福岡)현 지사 선거에서 아소 부총리가 지원한 자민당 후보가 패배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여당의 고위급 인사들의 망언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잦은 말실수로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부총리는 지난 2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문제"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그는 작년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죄는 없다"고 두둔했고, 국립대 출신 인사를 깎아내리며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탄 비행기의 '추락'을 언급하며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히틀러의 동기가 옳았다"고 망언을 했다.
이처럼 고위 관료 사이에서 망언이 잇따라 나오자 자민당 내에서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후반기 통일지방선거와 오사카(大阪)·오키나와(沖繩) 보궐선거,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잇따른 실언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에게) 암운(暗雲)이 떠다니고 있다"며 "사쿠라다 담당상이 그동안 실언을 반복했던 것을 고려하면 경질이 지나치게 늦다는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고위 관료들의 망언을 호재로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당장 사쿠라다 담당상 사임 직후인 전날 "계속 두둔했던 아베 총리의 책임문제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다"(마시코 데루히코 국민민주당 간사장 대행), "폭언을 반복한 데 대한 총리의 임명 책임을 추궁하겠다"(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장)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경질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내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다시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올림픽·패럴림픽 유치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일본 올림픽위원회(JOC)의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회장이 지난달 19일 사의를 공식 표명한 뒤 한달도 안돼 올림픽 담당상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다.
올림픽 개막이 5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정체되는 상황은 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이버보안 담당이면서 '컴맹'·병걸린 선수놓고 "실망이다"…망언 쏟아내
'손타쿠 발언' 파문 부대신 경질 후 엿새만…중요 선거 앞두고 아베 정권 '암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서 다시 고위 관료들의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 선거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관료들이 설화(舌禍)로 사임하는 사태가 잇따르자 여당 자민당 내에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이 전날 '부흥보다 정치' 발언으로 경질됐다. 그는 같은 자민당 소속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子) 의원의 후원모임에서 한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다카하시 의원"이라는 발언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복구를 의미하는 '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사쿠라다 담당상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도쿄(東京) 올림픽·패럴림픽을 동일본대지진 부흥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사표를 받은 직후 수리하며 후임으로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중의원 의원을 임명하며 신속히 움직였다.
그러나 사쿠라다 담당상이 작년 10월 입각한 뒤 반년 사이 무수한 망언을 쏟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질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2016년 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지난 2월에는 수영 유망주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던 선수라서 실망이다"고 말했다가 선수가 아닌 성적만 걱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 피해에 대해 "국도, 교통, 자동차도로가 온전히 움직이고 있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해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달 13일에는 올림픽 헌장에 대해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만, 읽은 적은 없다"고 말했고, 작년에는 북한 올림픽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내 담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담당 업무도 잘 모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이버보안 담당상도 겸직하고 있는 그가 실은 '컴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해서 (문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컴퓨터를 칠 일은 없다"고 말해 비판을 오히려 키웠다.
말실수도 연발해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시노마키(石卷)시'를 3번이나 '이시마키'시로 잘못 발음했고, 작년에는 국가 올림픽 예산을 '1천500엔(1만5천400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을 '렌포'라고 불렀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경질은 스스로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를 했다고 자랑했다가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이 경질된 뒤 불과 엿새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손타쿠'했다고 스스로 밝히며 파문을 일으켰다가 결국 4일 경질됐다.
이는 지난 7일 후쿠오카(福岡)현 지사 선거에서 아소 부총리가 지원한 자민당 후보가 패배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여당의 고위급 인사들의 망언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잦은 말실수로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부총리는 지난 2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문제"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그는 작년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죄는 없다"고 두둔했고, 국립대 출신 인사를 깎아내리며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탄 비행기의 '추락'을 언급하며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히틀러의 동기가 옳았다"고 망언을 했다.
이처럼 고위 관료 사이에서 망언이 잇따라 나오자 자민당 내에서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후반기 통일지방선거와 오사카(大阪)·오키나와(沖繩) 보궐선거,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잇따른 실언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에게) 암운(暗雲)이 떠다니고 있다"며 "사쿠라다 담당상이 그동안 실언을 반복했던 것을 고려하면 경질이 지나치게 늦다는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고위 관료들의 망언을 호재로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당장 사쿠라다 담당상 사임 직후인 전날 "계속 두둔했던 아베 총리의 책임문제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다"(마시코 데루히코 국민민주당 간사장 대행), "폭언을 반복한 데 대한 총리의 임명 책임을 추궁하겠다"(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장)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경질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내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다시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올림픽·패럴림픽 유치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일본 올림픽위원회(JOC)의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회장이 지난달 19일 사의를 공식 표명한 뒤 한달도 안돼 올림픽 담당상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다.
올림픽 개막이 5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정체되는 상황은 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