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를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령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자사고 지원 시기를 일반고와 같도록 ‘후기’로 조정한 법령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판결로 올해 자사고를 지원하려는 중3 학생들은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자사고 입시를 치르게 됐다.
헌재 "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 괜찮지만 이중지원 가능해야"
◆동시선발 합헌, 이중지원 금지 위헌

헌재는 11일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자사고의 우선선발을 금지한 같은 법령 제80조 1항에 대해선 4(합헌)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위헌 판결을 위해선 헌법재판관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헌재는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대해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평준화 지역 학생은 중복지원금지 조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지역별 교육감 재량에 따라 배정과 추가배정 여부가 달라진다”며 “일부 평준화 지역의 자사고 불합격자들은 통학이 힘든 비평준화 지역으로 진학하거나 재수하는 등 고등학교 진학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위헌 사유를 밝혔다.

자사고의 우선선발 금지의 합헌 결정에 대해 헌재는 “동시선발 조항은 동등하고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을 통해 우수학생 선점 및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고, 고교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것”이라며 “국가가 자사고를 후기 학교를 정한 것은 학교제도 형성에 관한 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당초 취지와 달리 자사고 전기 모집은 학업능력 우수학생 선점 목적으로 이용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2월 자사고와 일반고의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고 학교법인) 이사장 등 9명은 정부 개정안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2월 헌재에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헌재는 지난해 6월 지원자의 이중지원을 막는 조항에 대해선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우선선발 금지 조항에 대해선 효력을 인정했다.

◆중3 학생 입시는 작년과 동일

헌재의 이날 판결로 올해 중3 학생이 치르게 될 고등학교 입시는 현 상태가 유지된다. 자사고를 지원하려는 중3 학생은 후기(12월)에만 자사고를 지원할 수 있다. 자사고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할 수 있지만 광역단위 모집인 1단계엔 지원할 수 없다. 지역단위인 2단계나 이후 임의배정으로 넘어간다. 예컨데 서울 금천구에 사는 중3 학생이 자사고 진학에 실패하면 서초구 소재 고등학교엔 지원할 수 없다. 대신 금천구 지역에선 진학 희망 학교를 두 군데 선택할 수 있다.

이전과 같은 입시가 이어지지만 현재 각 교육청이 진행 중인 자사고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 가능한 자사고 수는 변동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최종 결과는 6월 말께 나올 예정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재지정 평가 등으로 자사고 폐지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명문 일반고 주변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려는 학부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진/신연수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