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확 낮춘 '우버'…美 유니콘 기업에 무슨 일이?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당초 예상치보다 공모가를 20% 이상 낮췄다. 상장 후 시가총액도 예상보다 200억달러(약 22조8000억원) 이상 줄어들게 됐다. 이는 최근 상장된 미국 차량공유업체 리프트가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어난 ‘리프트 쇼크’의 여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지 공유업체 핀터레스트에 이어 올해 전 세계 IPO 시장 ‘최대어’인 우버마저 공모가를 낮춰 잡으면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버는 최근 IPO 공모가 예상범위를 주당 48~55달러로 책정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900억달러(약 102조5600억원)와 1000억달러(약 113조9600억원) 사이를 오가게 된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이 지난해 제시한 기업가치 1200억달러(약 136조75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를 낮춰 잡은 기업은 우버뿐만이 아니다. 이달 상장이 예정된 이미지 공유업체 핀터레스트는 지난 8일 IPO 서류를 제출하면서 2년 전 기업가치로 책정됐던 120억달러보다 낮은 113억달러 수준의 상장 후 시총을 발표했다.

WSJ는 지난달 29일 상장한 리프트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IPO 직전까지 큰 기대를 모았던 리프트는 상장 이후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장 후 10일 동안 기업가치가 16.5%나 줄어들었다. 우버가 다음날인 11일 IPO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프트 주가는 10일 하루에만 10.85% 폭락해 60.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SJ는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들의 시장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정보기술(IT) 기업들로 이뤄진 유니콘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기업인 리프트가 이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마이클 워드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가 자동차 보유에서 공유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맹신”이라며 리프트 주식의 적정 가격을 주당 42달러로 책정했다. 지금보다 3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리프트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1일 상장한 리바이스트라우스(의류업체)의 주가는 상장 후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영국 BBC는 “IPO를 통해 그간 과장돼왔던 유니콘 기업들의 진정한 가치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들 기업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공유경제 플랫폼이 창출할 부가가치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리프트의 수익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일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우버는 이번 IPO를 통해 총 100억달러(약 11조38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4년 217억달러를 공모한 알리바바의 IPO 이후 최대 규모다. 세계 70개국에 진출한 우버는 지난해 113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업 매각에서 발생한 수익을 제외하면 3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는 오는 29일부터 투자설명회를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초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