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말로만 인사청문회 바꾸자는 정치권
“오늘 하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 대통령께서 임명해주시는 거예요?”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도대체 왜 궁금합니까?”

최근 열린 한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주고받은 발언 내용이다. 7명의 장관 후보자와 2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회 안팎에선 청문회 제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도입돼 올해로 20년째를 맞았지만 청문회를 거듭할수록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들을 임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후보자만 11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도 후보자의 자격 검증보다는 ‘흠집 내기’와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과 입원 일자 등을 요구해 지나친 흠집 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 모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사생활을 다룰 때는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후보자의 위증 처벌규정 마련, 자료제출 의무 강화를 요구하면서 맞서고 있다.

하지만 두 당은 ‘공수’가 바뀌기 전까지는 정확히 반대 주장을 해왔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2월 후보자의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 진술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2016년 7월 발의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지금이야말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할 적기라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불리한 개정안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후진적인 인사청문회를 끝내기 위한 여야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