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1일 오후 3시40분

국민연금이 ‘어닝(실적)쇼크’를 내는 기업에 대한 경보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국내 증권사들에 요청했다. 실적 발표 시기에 적지 않은 기업이 시장 예측을 벗어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며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켓인사이트] "연말 어닝쇼크 경보장치 마련을"…국민연금, 증권사에 요청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초청해 주식시장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비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국민연금은 이 자리에서 장기투자를 위한 분석자료 발간에 힘을 써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연말 반복되는 기업의 어닝쇼크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급작스럽게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실적 추정치)를 크게 벗어나는 실적을 내놓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을 낳고 있다는 점을 국민연금이 우려했다”며 “상시적으로 ‘어닝쇼크를 낸 기업을 주의하라’는 신호를 담은 분석보고서를 발간하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말 선임된 이석원 주식운용실장이 주재했다. 이 실장은 24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등을 거친 주식시장 전문가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국내 주식위탁운용사 31곳의 실무자와 만나는 간담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 실장은 조만간 주요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들과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인사이트] "연말 어닝쇼크 경보장치 마련을"…국민연금, 증권사에 요청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었던 상장사 235곳(코스닥시장 포함) 중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10% 이상 적은 기업은 138곳(58.7%)에 달했다. 예상을 벗어난 어닝쇼크 발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폭락하고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어닝쇼크와 함께 유상증자 계획까지 내놓은 두산중공업이 최근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건설이 지난해 4분기에만 4598억원의 순손실을 낸 여파로 해당 분기에 추정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1231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두산건설의 4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53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악재에 1만원 이상의 주가를 바라봤던 증권사들은 줄줄이 두산중공업의 목표주가를 떨어뜨렸다.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7340원으로 증자 계획을 알린 2월 13일(1만450원) 대비 29.7% 하락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보다 정밀한 기업분석을 통해 실적 추정치 정확도를 높여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