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發 제2 바이오 빙하기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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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황우석 트라우마'
바이오업계 규제 강화 우려
희망 건 첨단재생의료法도
국회 통과 무산 '유탄' 맞아
바이오업계 규제 강화 우려
희망 건 첨단재생의료法도
국회 통과 무산 '유탄' 맞아
인보사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허가 성분과 다른 성분이 혼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바이오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제2의 바이오 빙하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이 높다.
바이오기업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는 12일 첨단재생의료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신속허가(패스트트랙) 등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은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이달 초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돼야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인보사 논란으로 법률 제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3년 넘게 끌어온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또 미뤄지면서 각종 바이오 연구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15년 넘게 500억원을 투입한 국책과제인 이종(異種) 장기 이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무균돼지로부터 각막이나 췌도를 떼어내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올 연말로 연기했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종 장기 임상을 뒷받침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이 일찍 제정됐더라면 훨씬 전에 임상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바이오 규제 완화도 주춤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 재생의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인보사 사태로) 규제가 강화되면 바이오산업에 또다시 빙하기가 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도 지지부진한 규제 완화 탓에 뒷걸음질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집계한 바이오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09년 15위에서 지난해 26위로 떨어졌다.
세계 첫 異種이식 임상 줄줄이 연기…"재생의료 연구 위축 불가피"
인보사 사태 여파로 국내 바이오업계가 바짝 얼어붙고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성분 오류로 전격 판매 중지되면서 바이오산업 육성과 규제완화 움직임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재생의료 육성법인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최근 좌절된 데 이어 새로운 규제까지 생겨날 조짐이다. 바이오기업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가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서를 낸 것은 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레이크 걸린 첨단재생의료법 제정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신속 심사, 패스트트랙(조건부 허가) 등을 골자로 한 첨단재생의료법은 2016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으나 수차례 통과가 무산됐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입법이 유력했으나 인보사가 발목을 잡았다.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통과를 문제 삼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개발 기간이 3년가량으로 당겨져 개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2일 내놓은 성명에서 인보사 논란으로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일각에서 인보사 사태가 유전자 치료제는 물론 줄기세포 치료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관련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난자 연구 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관련 규제가 강화됐던 것처럼 바이오 규제완화 움직임이 뒷걸음질칠 수 있어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첨단재생의료법이 계속 표류하면 바이오산업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며 “유전자 등을 다루는 재생의료 분야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한없이 늦춰지는 혁신 기술 개발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연구자와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면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돼지 각막과 췌도의 인간 이식이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며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진 데다 이종장기 임상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올초로 예정했던 임상을 연말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업단은 임상이 마무리되면 각막 손상 환자들이 정상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각막 이식을 원하는 환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이종장기 관련 업체인 제넨바이오, 엠젠플러스, 옵티팜, 조아제약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옵티팜은 상반기에 5세대 장기이식용 돼지(메디피그)를 다수 확보한 뒤 이종장기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엠젠플러스도 전임상을 마치고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하려 했지만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오 규제 강화 움직임
바이오업계는 인보사 판매 중단이 규제 강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유전자정밀성분(STR) 검사 확대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세포 혼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STR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는 수탁 생산을 제외하고는 식약처 요구로 STR 검사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치료제로 STR 검사가 확대되면 비용과 개발 시간 모두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묵은 바이오 규제 개선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환자에 대해 최소 5년 이상 추적관찰을 의무화하는 것도 업계의 불만사항 중 하나다. 이미 임상에 10년 이상을 투자해 안전성을 확보했음에도 5년의 추적관찰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허가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첨단재생의료법과 비슷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인보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하되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임유 기자 dirn@hankyung.com
바이오기업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는 12일 첨단재생의료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신속허가(패스트트랙) 등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은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이달 초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돼야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인보사 논란으로 법률 제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3년 넘게 끌어온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또 미뤄지면서 각종 바이오 연구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15년 넘게 500억원을 투입한 국책과제인 이종(異種) 장기 이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무균돼지로부터 각막이나 췌도를 떼어내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올 연말로 연기했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종 장기 임상을 뒷받침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이 일찍 제정됐더라면 훨씬 전에 임상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바이오 규제 완화도 주춤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 재생의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인보사 사태로) 규제가 강화되면 바이오산업에 또다시 빙하기가 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도 지지부진한 규제 완화 탓에 뒷걸음질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집계한 바이오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09년 15위에서 지난해 26위로 떨어졌다.
세계 첫 異種이식 임상 줄줄이 연기…"재생의료 연구 위축 불가피"
인보사 사태 여파로 국내 바이오업계가 바짝 얼어붙고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성분 오류로 전격 판매 중지되면서 바이오산업 육성과 규제완화 움직임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재생의료 육성법인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최근 좌절된 데 이어 새로운 규제까지 생겨날 조짐이다. 바이오기업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가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서를 낸 것은 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레이크 걸린 첨단재생의료법 제정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신속 심사, 패스트트랙(조건부 허가) 등을 골자로 한 첨단재생의료법은 2016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으나 수차례 통과가 무산됐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입법이 유력했으나 인보사가 발목을 잡았다.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통과를 문제 삼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개발 기간이 3년가량으로 당겨져 개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2일 내놓은 성명에서 인보사 논란으로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일각에서 인보사 사태가 유전자 치료제는 물론 줄기세포 치료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관련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난자 연구 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관련 규제가 강화됐던 것처럼 바이오 규제완화 움직임이 뒷걸음질칠 수 있어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첨단재생의료법이 계속 표류하면 바이오산업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며 “유전자 등을 다루는 재생의료 분야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한없이 늦춰지는 혁신 기술 개발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연구자와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면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돼지 각막과 췌도의 인간 이식이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며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진 데다 이종장기 임상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올초로 예정했던 임상을 연말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업단은 임상이 마무리되면 각막 손상 환자들이 정상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각막 이식을 원하는 환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이종장기 관련 업체인 제넨바이오, 엠젠플러스, 옵티팜, 조아제약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옵티팜은 상반기에 5세대 장기이식용 돼지(메디피그)를 다수 확보한 뒤 이종장기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엠젠플러스도 전임상을 마치고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하려 했지만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늦춰지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오 규제 강화 움직임
바이오업계는 인보사 판매 중단이 규제 강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유전자정밀성분(STR) 검사 확대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세포 혼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STR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는 수탁 생산을 제외하고는 식약처 요구로 STR 검사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치료제로 STR 검사가 확대되면 비용과 개발 시간 모두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묵은 바이오 규제 개선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환자에 대해 최소 5년 이상 추적관찰을 의무화하는 것도 업계의 불만사항 중 하나다. 이미 임상에 10년 이상을 투자해 안전성을 확보했음에도 5년의 추적관찰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허가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첨단재생의료법과 비슷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인보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하되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임유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