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남 21년만에 물러나
총리는 박봉주→김재룡 교체…'대미외교 실세' 최선희 약진 눈길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되며 '김정은 2기'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가 4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출범한 '김정은 2기' 구성원들의 첫 회의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1일차 회의에 불참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최룡해 '2인자' 자리 굳혀
남측의 정기국회 격인 이번 회의 결과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사실상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점이다.

최 부위원장은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회의 시작 초반 최 부위원장은 가운데 자리가 공석인 주석단 맨 앞줄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후 그의 상임위원장 선출 등이 진행된 두 번째 안건인 '국가지도기관 선거' 순서가 마친 이후에는 주석단 정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은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은 지 2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는 올해 91세인 김 전 상임위원장의 나이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북한 사회 분위기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헌법상 '국가수반'이었던 상임위원장의 위상과 권한은 다소 축소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최룡해 '2인자' 자리 굳혀
새로 상임위원장이 된 최 부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임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이 개정됐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제1부위원장 직책 신설과 기존에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이었던 상임위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김 위원장에게는 공식적인 국가대표직을 부여함으로써 '1인 지배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심을 끈 '대미 메시지'는 없었지만, 1일 차 회의 결과만 나온 것이어서 2일 차 회의 때 추가로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개회사에서 "극악한 제재봉쇄 속에서도 전화위복의 기적을 창조해나가는 공화국의 자랑찬 현실은…"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양 부위원장은 "노동당의 전략적 노선이 빛나게 관철됨으로써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성취되고 우리 공화국은 세계 정치 구도의 중심에 당당히 올라섰다"며 2017년 11월 29일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했다.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최룡해 '2인자' 올라 / 연합뉴스 (Yonhapnews)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놓으려는 노동당의 숭고한 애국 의지와 결단에 따라 3차례의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되고 북남관계의 대전환을 위한 주동적이며 과감한 조치들이 연이어 취해(졌다)"고 평가했다.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최룡해 '2인자' 자리 굳혀
이번 회의에서 외교라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리수용·김영철·리용호·최선희 등 외교 핵심인사들이 국무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특히 최선희는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한 사실도 노동신문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교착 상황에서도 대미라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각 총리 자리에는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이 된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깜짝 발탁'됐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박봉주가 총리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당 중앙위원회 경제담당 부위원장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경제를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후임으로는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북한 매체들은 '2일 차 회의'가 12일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고인민회의가 이틀 이상 열리는 것은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2000년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3차 회의는 4월 4∼6일 사흘간 진행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