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브레이크 없는 창원 집값…선분양 포기 단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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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하면 미분양…사업 미루면 이자비용
"삽이라도 뜨자"…진퇴양난 끝에 후분양
"삽이라도 뜨자"…진퇴양난 끝에 후분양
“몇 년 뒤엔 상황이 좀 나아지겠죠.”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A정비사업조합 관계자)
경남 창원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착공을 앞두고 속속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집값이 3년 넘게 떨어지고 있어 현재로선 분양을 엄두도 낼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사업을 마냥 미루기도 힘들어 ‘고육지책’으로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2~3년 뒤 경기가 개선된다면 분양에 성공할 수도 있단 계산에서다.
◆진퇴양난 끝에 후분양
12일 창원 마산회원구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덕2동지구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분양 시점을 아파트 준공 시점으로 연기했다. 정비사업은 착공 시점에 선분양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창원 부동산시장이 수년째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후분양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사업을 차일피일 미뤄봤자 조합원 손실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합은 최근 대의원 전원 찬성을 받아 사업추진방식을 후분양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시공사와 협의가 끝나면 조합 총회를 통해 후분양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후분양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공사는 일단 삽을 뜨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공사 예정 기간이 41개월로 비교적 긴 편이어서 그동안 경기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다른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산합포구 교방1구역재개발조합은 700가구가량의 일반분양분에 대해 후분양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옛 ‘뉴 스테이’) 전환 등을 검토중이다. 이 구역 또한 이주와 철거까지 마친 상태다. 정비사업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지는 이미 3년이나 지났다. 최병일 참다운공인 대표는 “분양을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이 옛 마산 일대에만 5곳”이라며 “후분양을 선택한다면 일시에 분양이 몰리는 걸 피해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한 정비사업지는 모두 6곳이다. 합성2구역은 현금청산자들과의 마찰 등으로 1년째 이주가 끝나지 않았다. 회원2구역과 양덕4구역은 조합장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들 구역 또한 갈등을 봉합하는 대로 후분양 논의가 본격 진행될 것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하지만 준공 시점까지 창원 지역 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합 입장에선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금융 비용 때문이다. 선분양의 경우엔 착공과 동시에 분양을 진행하면서 일반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를 조달한다. 후분양은 공사 기간 동안 돈이 들어올 구석이 없다.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막대한 돈을 끌어와야 한다. PF 이자가 반영된 공사비와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미분양으로 이어질 경우 PF 원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후분양으로 높아진 분양가를 창원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이주비 이자 부담만 하면서 착공을 늦추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줄줄이 미분양 ‘공포’
정비사업 조합들이 높은 위험 부담에도 후분양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창원 부동산시장 상황이 바닥을 뚫을 지경이어서다. 지난해 분양한 단지들은 모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회원1구역)’는 일반분양 545가구 가운데 472가구에서 미분양이 났다. 뒤따라 분양한 인근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회원3구역)’은 856가구를 모집했는데 95%에 해당하는 816가구가 팔리지 않았다. A공인 관계자는 “분양률이 건설사가 밝힌 것보다 저조해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단지는 결국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선회했다.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은 초기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고 민간임대 사업자를 공모 중이다.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는 분양가 보장제와 중도금 무이자, 잔금 이자 지원, 발코니 확장비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건 판촉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민간임대 전환을 검토 중이다. 계약 해지 사태를 빚어 단지가 통째로 미분양이 났던 마린애시앙부영(전 마산월영부영·4298가구)이 준공돼 재분양 채비 중인 것도 분양을 앞둔 조합들에겐 공포다. 집값은 야속하게 내리는 중이다. 창원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주까지 172주 연속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한 차례 보합(0.00%)을 기록했을 뿐 3년 반 가까이 마이너스 변동률이다. 미분양은 쌓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창원의 미분양 아파트는 6808가구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 가구수에 육박한다. 재분양 예정인 부영아파트를 제외해도 2475가구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사업승인만 받아두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민간 아파트도 10개 단지 6836가구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불안한 데다 제조업 부진이 깊어 분양을 앞둔 정비사업조합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남부선이 개통되면 옛 마산 지역의 수요 여건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경남 창원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착공을 앞두고 속속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집값이 3년 넘게 떨어지고 있어 현재로선 분양을 엄두도 낼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사업을 마냥 미루기도 힘들어 ‘고육지책’으로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2~3년 뒤 경기가 개선된다면 분양에 성공할 수도 있단 계산에서다.
◆진퇴양난 끝에 후분양
12일 창원 마산회원구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덕2동지구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분양 시점을 아파트 준공 시점으로 연기했다. 정비사업은 착공 시점에 선분양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창원 부동산시장이 수년째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후분양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사업을 차일피일 미뤄봤자 조합원 손실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합은 최근 대의원 전원 찬성을 받아 사업추진방식을 후분양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시공사와 협의가 끝나면 조합 총회를 통해 후분양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후분양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공사는 일단 삽을 뜨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공사 예정 기간이 41개월로 비교적 긴 편이어서 그동안 경기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다른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산합포구 교방1구역재개발조합은 700가구가량의 일반분양분에 대해 후분양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옛 ‘뉴 스테이’) 전환 등을 검토중이다. 이 구역 또한 이주와 철거까지 마친 상태다. 정비사업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지는 이미 3년이나 지났다. 최병일 참다운공인 대표는 “분양을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이 옛 마산 일대에만 5곳”이라며 “후분양을 선택한다면 일시에 분양이 몰리는 걸 피해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한 정비사업지는 모두 6곳이다. 합성2구역은 현금청산자들과의 마찰 등으로 1년째 이주가 끝나지 않았다. 회원2구역과 양덕4구역은 조합장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들 구역 또한 갈등을 봉합하는 대로 후분양 논의가 본격 진행될 것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하지만 준공 시점까지 창원 지역 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합 입장에선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금융 비용 때문이다. 선분양의 경우엔 착공과 동시에 분양을 진행하면서 일반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를 조달한다. 후분양은 공사 기간 동안 돈이 들어올 구석이 없다.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막대한 돈을 끌어와야 한다. PF 이자가 반영된 공사비와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미분양으로 이어질 경우 PF 원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후분양으로 높아진 분양가를 창원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이주비 이자 부담만 하면서 착공을 늦추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줄줄이 미분양 ‘공포’
정비사업 조합들이 높은 위험 부담에도 후분양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창원 부동산시장 상황이 바닥을 뚫을 지경이어서다. 지난해 분양한 단지들은 모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회원1구역)’는 일반분양 545가구 가운데 472가구에서 미분양이 났다. 뒤따라 분양한 인근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회원3구역)’은 856가구를 모집했는데 95%에 해당하는 816가구가 팔리지 않았다. A공인 관계자는 “분양률이 건설사가 밝힌 것보다 저조해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단지는 결국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선회했다.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은 초기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고 민간임대 사업자를 공모 중이다.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는 분양가 보장제와 중도금 무이자, 잔금 이자 지원, 발코니 확장비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건 판촉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민간임대 전환을 검토 중이다. 계약 해지 사태를 빚어 단지가 통째로 미분양이 났던 마린애시앙부영(전 마산월영부영·4298가구)이 준공돼 재분양 채비 중인 것도 분양을 앞둔 조합들에겐 공포다. 집값은 야속하게 내리는 중이다. 창원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주까지 172주 연속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한 차례 보합(0.00%)을 기록했을 뿐 3년 반 가까이 마이너스 변동률이다. 미분양은 쌓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창원의 미분양 아파트는 6808가구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 가구수에 육박한다. 재분양 예정인 부영아파트를 제외해도 2475가구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사업승인만 받아두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민간 아파트도 10개 단지 6836가구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불안한 데다 제조업 부진이 깊어 분양을 앞둔 정비사업조합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남부선이 개통되면 옛 마산 지역의 수요 여건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