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노동자 생존권 사수 합동 대의원대회 현장 모습.(사진=한경닷컴)
카드 노동자 생존권 사수 합동 대의원대회 현장 모습.(사진=한경닷컴)
카드노조가 결국 총파업을 5월 말까지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카드업계의 아우성에도 금융당국이 꿈쩍 않으면서 당장의 총파업 대신 공을 다시 정부에 넘긴 셈이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드노조)는 1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카드산업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카드노조는 금융위원회의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결과 발표에 대해 실망감을 밝히면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 비율 차별 철폐 △부가서비스 축소 즉각 시행 등을 요구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은 "우리의 요구사항이 5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융공투본과 카노협은 총파업 전진대회를 시작으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말했다.

카드산업 대책 발표 이후 카드노조는 3일동안 지도부 회의를 진행했으나 당장의 총파업 대신 공을 다시 정부에 넘겼다. 정부가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인다고 하면 총파업을 유보할 수 있지만 이 세가지 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카드노조는 지난 8일 금융위 앞에서 합동대의원대회 및 총파업결의대회를 열고 카드산업 건전화 TF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총파업에 나선다는 안건을 가결했다.

노조의 이러한 압박에도 금융위는 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 확대나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카드노조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대형가맹점 최저가이드제 도입도 없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상 카드사의 레버지리 비율은 6배를 넘을 수 없으나 카드업계는 이 비율을 캐피탈사 수준인 10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금융위는 레버리지 규제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레버리지 비율 계산시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자산 및 중금리대출을 총자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 단축 역시 "신규상품의 수익성 분석을 합리화하고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해 과도한 부가서비스 탑재 자제를 유도하겠다"고 제시할 뿐 보다 강력한 대책은 없었다.

대신 금융당국은 카드사 수익 다변화를 위해 신정법 개정 및 여전법시행령, 여전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 겸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내 여전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여신전문회사의 렌탈업무를 확대하고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는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법인회원에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대형가맹점에 대한 보상금 허용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다.

카드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카드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생각하지만 세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결여돼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