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 3차 회담 '동상이몽'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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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핵심 쟁점인 비핵화 방법과 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선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3차 정상회담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개인적 관계가 매우 좋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서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란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관계에 대해선 “아마도 훌륭하다(excellent)는 용어가 훨씬 더 정확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비범한 성장, 경제 성공, 부(富)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그 다음에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을 지켜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트윗은 김정은이 전날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의 올바른 자세’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표면적으론 3차 회담에 열린 자세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빅딜·제재유지…3차 회담 빨리 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상 쟁점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첫째, 비핵화 방법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일괄타결식으로 제거하는 ‘빅딜’ 방침을 분명히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스몰딜(단계적 비핵화)’ 수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단계적으로 조각을 내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미국 정부의 북핵 협상 원칙이 빅딜이라고 못박았다는 분석이 많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 라인도 하노이 회담 직후 일제히 ‘빅딜’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었다. 둘째, 제재유지 고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과 대화 지속을 위해 비핵화 전 제재완화를 검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며 “우리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제재를 더 강화할 생각은 없으며, 대북 식량지원 등 유엔제재와 상관없는 인도적 대북지원은 늘릴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셋째. 3차 정상회담 시기.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이며 빠른 과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가지 않을 것”이라며 “빨리 간다면 올바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차 회담 조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은 북한이 미국의 빅딜 제안을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톱다운’ 방식만 고집하다 결렬된 하노이 회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실무협상을 철저히 거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김정은 “미국식 대화법 흥미 없어”
김정은도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1)미국식 계산법에 흥미가 없다 2)제재돌풍은 자립으로 쓸어버린다 3)올해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강조하며 핵심 쟁점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김정은은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미국의 빅딜론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재와 관련해서도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돼 있다”며 “장기간의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차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빅딜론을 접지 않는한 3차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올해 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한 측면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 중재 ‘산 넘어 산’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을 겨냥해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연쇄 개최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연설에 대해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공을 미국측에 넘겼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협상을 진전시킬만한 새로운 양보나 아이디어를 암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김정은의 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개인적 관계가 매우 좋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서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란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관계에 대해선 “아마도 훌륭하다(excellent)는 용어가 훨씬 더 정확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비범한 성장, 경제 성공, 부(富)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그 다음에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을 지켜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트윗은 김정은이 전날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의 올바른 자세’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표면적으론 3차 회담에 열린 자세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빅딜·제재유지…3차 회담 빨리 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상 쟁점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첫째, 비핵화 방법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일괄타결식으로 제거하는 ‘빅딜’ 방침을 분명히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스몰딜(단계적 비핵화)’ 수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단계적으로 조각을 내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미국 정부의 북핵 협상 원칙이 빅딜이라고 못박았다는 분석이 많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 라인도 하노이 회담 직후 일제히 ‘빅딜’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었다. 둘째, 제재유지 고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과 대화 지속을 위해 비핵화 전 제재완화를 검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며 “우리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제재를 더 강화할 생각은 없으며, 대북 식량지원 등 유엔제재와 상관없는 인도적 대북지원은 늘릴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셋째. 3차 정상회담 시기.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이며 빠른 과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가지 않을 것”이라며 “빨리 간다면 올바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차 회담 조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은 북한이 미국의 빅딜 제안을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톱다운’ 방식만 고집하다 결렬된 하노이 회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실무협상을 철저히 거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김정은 “미국식 대화법 흥미 없어”
김정은도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1)미국식 계산법에 흥미가 없다 2)제재돌풍은 자립으로 쓸어버린다 3)올해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강조하며 핵심 쟁점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김정은은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미국의 빅딜론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재와 관련해서도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돼 있다”며 “장기간의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차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빅딜론을 접지 않는한 3차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올해 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한 측면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 중재 ‘산 넘어 산’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을 겨냥해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연쇄 개최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연설에 대해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공을 미국측에 넘겼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협상을 진전시킬만한 새로운 양보나 아이디어를 암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김정은의 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