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유채꽃에 파묻힌 제주…엉덩물 계곡·사려니 오름서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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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가는 곳마다 꽃소식이다. 제주는 이미 꽃이 점령했다. 봄이 실종돼버렸다지만 제주의 봄은 화사한 유채꽃 속에서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번 제주 여행의 테마는 사진 명소로 떠나는 것. 유채꽃밭과 엉덩물 계곡 등 대표적인 유채꽃 명소를 비롯해 태곳적 신비감이 깃든 용머리 해안과 단산(바굼지 오름), 풍차 해안도로까지 제주의 봄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액자 속 그림 도두 무지개도로와 신창 풍차 해안도로
제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두 무지개도로다. 도두1동은 원래 용천수가 솟는 오래물이 있는 곳이다. 오래물이란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마을 주민들이 식수 등으로 사용해온 물이다. 도두동 해안가를 따라 무지개 빛깔로 방호벽이 조성돼 있는 도로가 있는데 일명 ‘무지개도로’로 불린다. 방호벽은 대체로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로 도색돼 있는데 이곳 방호벽은 무지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주변 해변과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올레길 17코스에 있어서 올레꾼은 물론 주민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와 어우러진 방호벽이 마치 이국의 풍경처럼 느껴져 사진 명소로 거듭났다.
도동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창 풍차 해안도로는 바다쪽으로 아름다운 풍력발전 풍차들이 서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풍력발전단지 인근에 있는 싱계물공원과 해안도로는 광고 배경으로도 많이 나오는 명소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리고, 자전거 동호인들이 해안도로 하이킹 코스로 선호한다. 특히 일몰 때면 바다풍차와 어우러진 낙조가 압권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원담이다. 원담은 제주해안에 돌담을 쌓아 밀물에 밀려 들어온 물고기들을 썰물에 수심이 얕아지면 잡는 제주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단산의 풍광과 용머리 해안의 전설
산방산 서쪽 1㎞에 있는 단산(바굼지오름)을 오르면 산방산과 송악산, 바다에 떠 있는 형제섬이 한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단산(簞山)은 응회 퇴적층으로 이뤄진 오름으로 거대한 박쥐(바굼지 바구미)가 날개를 편 모습 같고, 또 대바구니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높이는 158m밖에 되지 않지만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계단이 조성돼 있으나, 걸어 오르면 다리가 팍팍해질 정도로 힘이 든다. 바구미는 원래 옛날 퉁구스족이 쓰던 말로 지금도 아이누족의 말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단산 바로 옆에 있는 용머리 해안은 수천만 년 동안 쌓이고 쌓여 이뤄진 사암층으로 이뤄졌다. 180만 년 전 물속에서 화산이 폭발해 쌓인 절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식애 앞쪽은 용머리해안을 일주할 수 있는 탐방로 역할을 하고 있다. 용머리해안은 용의 머리와 모습이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찍부터 용머리 또는 용머리 바위라고 불렀다. 용머리에는 중국 진시황 때의 술법사 고종달에 얽힌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용머리가 왕이 날 훌륭한 형세임을 안 중국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어 용의 꼬리 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용머리 해안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산방산은 괴로운 울음을 며칠이나 계속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제주에서는 왕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의 이끼가 오랫동안 묻어 있는 용머리해안은 매력적인 풍경을 지닌 해안관광지이기도 하고 지질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곳이어서 지질 트레일의 주요 명소이기도 하다.
노란 꽃바다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과 엉덩물계곡
제주도에서 가장 매력적인 유채꽃길이 있다면 가시리 녹산로다. 가시리마을을 가로지르는 녹산로는 봄에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아내는 길로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선정된 명소다. 유채꽃밭과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건립한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 13기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모여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가시리 마을은 광활한 초지로 인해 조선시대부터 목축업이 발달한 마을이다. 가시리의 옛 지명은 가시오름 또는 가스름이다. 가시오름 주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가시오름은 주변에 가시나무(물참나무)가 많이 분포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시리 마을에는 유채꽃 플라자와 조랑말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사려니 오름도 유채꽃이 만발해 매력적인 사진 여행지다. 머체왓은 머체(돌)로 이뤄진 왓(밭)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머체왓 숲길은 1.5㎞의 목장길을 따라 곶자왈길과 삼나무 숲길, 서중천 상류의 생태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제주의 유채꽃을 제대로 담고 싶다면 색달동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엉덩물계곡을 찾아야 한다.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숨은 명소인데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예전에 이곳은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준해 물을 찾는 짐승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 물맛은 보지도 못하고 언덕에서 노래만 부르다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 한다. 엉덩물 계곡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책로 사이로 유채꽃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피어서 눈을 시리게 한다. 지난 2년 동안 이곳에는 유채꽃을 심지 않았으나 올해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에서 유채꽃을 심는 수고를 한 덕에 이곳의 그림 같은 유채꽃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곳들은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추천할 정도로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인생 사진’이 나온다고 ‘강추’한 곳이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메모
제주 한림읍의 앤트러사이트는 전분공장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곳이다. 돌로 벽을 쌓고 나무로 지붕을 덮은 거대한 창고 모양의 카페다. 수십 년 전에 감자와 고구마를 부수고, 갈고, 말리던 장소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색적인 실내디자인과 녹색식물들이 어우러져 커피맛을 돋운다.
제주 애월읍의 낭푼밥상은 꼭 한번 먹어볼 만하다. 옛 제주 서민들이 차려 먹던 상차림을 말한다. 낭푼은 양푼의 제주 사투리다. 하루 내내 바다에서 물질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던 해녀들은 가족의 삼시 세끼를 일일이 직접 차려 줄 순 없었다. 그래서 물질 가기 전, 소반 중앙에 감자를 넣고 지은 밥을 큰 낭푼에 가득 담아 올려놓고는 언제든지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차린 것이 낭푼밥상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제주도 내 풍광 좋은 곳의 사진 명소를 추천받아 40곳을 선정해 중문관광단지 홈페이지에 세부 정보를 담은 미니 페이지를 개설했다. 또한 2019 봄여행주간(4월 27일~5월 12일)에 지역특화프로그램 사업으로 ‘제주에서 봄빛 담아가기’ 현장 이벤트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액자 속 그림 도두 무지개도로와 신창 풍차 해안도로
제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두 무지개도로다. 도두1동은 원래 용천수가 솟는 오래물이 있는 곳이다. 오래물이란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마을 주민들이 식수 등으로 사용해온 물이다. 도두동 해안가를 따라 무지개 빛깔로 방호벽이 조성돼 있는 도로가 있는데 일명 ‘무지개도로’로 불린다. 방호벽은 대체로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로 도색돼 있는데 이곳 방호벽은 무지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주변 해변과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올레길 17코스에 있어서 올레꾼은 물론 주민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와 어우러진 방호벽이 마치 이국의 풍경처럼 느껴져 사진 명소로 거듭났다.
도동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창 풍차 해안도로는 바다쪽으로 아름다운 풍력발전 풍차들이 서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풍력발전단지 인근에 있는 싱계물공원과 해안도로는 광고 배경으로도 많이 나오는 명소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리고, 자전거 동호인들이 해안도로 하이킹 코스로 선호한다. 특히 일몰 때면 바다풍차와 어우러진 낙조가 압권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원담이다. 원담은 제주해안에 돌담을 쌓아 밀물에 밀려 들어온 물고기들을 썰물에 수심이 얕아지면 잡는 제주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단산의 풍광과 용머리 해안의 전설
산방산 서쪽 1㎞에 있는 단산(바굼지오름)을 오르면 산방산과 송악산, 바다에 떠 있는 형제섬이 한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단산(簞山)은 응회 퇴적층으로 이뤄진 오름으로 거대한 박쥐(바굼지 바구미)가 날개를 편 모습 같고, 또 대바구니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높이는 158m밖에 되지 않지만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계단이 조성돼 있으나, 걸어 오르면 다리가 팍팍해질 정도로 힘이 든다. 바구미는 원래 옛날 퉁구스족이 쓰던 말로 지금도 아이누족의 말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단산 바로 옆에 있는 용머리 해안은 수천만 년 동안 쌓이고 쌓여 이뤄진 사암층으로 이뤄졌다. 180만 년 전 물속에서 화산이 폭발해 쌓인 절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식애 앞쪽은 용머리해안을 일주할 수 있는 탐방로 역할을 하고 있다. 용머리해안은 용의 머리와 모습이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찍부터 용머리 또는 용머리 바위라고 불렀다. 용머리에는 중국 진시황 때의 술법사 고종달에 얽힌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용머리가 왕이 날 훌륭한 형세임을 안 중국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어 용의 꼬리 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용머리 해안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산방산은 괴로운 울음을 며칠이나 계속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제주에서는 왕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의 이끼가 오랫동안 묻어 있는 용머리해안은 매력적인 풍경을 지닌 해안관광지이기도 하고 지질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곳이어서 지질 트레일의 주요 명소이기도 하다.
노란 꽃바다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과 엉덩물계곡
제주도에서 가장 매력적인 유채꽃길이 있다면 가시리 녹산로다. 가시리마을을 가로지르는 녹산로는 봄에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아내는 길로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선정된 명소다. 유채꽃밭과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건립한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 13기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모여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가시리 마을은 광활한 초지로 인해 조선시대부터 목축업이 발달한 마을이다. 가시리의 옛 지명은 가시오름 또는 가스름이다. 가시오름 주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가시오름은 주변에 가시나무(물참나무)가 많이 분포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시리 마을에는 유채꽃 플라자와 조랑말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사려니 오름도 유채꽃이 만발해 매력적인 사진 여행지다. 머체왓은 머체(돌)로 이뤄진 왓(밭)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머체왓 숲길은 1.5㎞의 목장길을 따라 곶자왈길과 삼나무 숲길, 서중천 상류의 생태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제주의 유채꽃을 제대로 담고 싶다면 색달동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엉덩물계곡을 찾아야 한다.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숨은 명소인데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예전에 이곳은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준해 물을 찾는 짐승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 물맛은 보지도 못하고 언덕에서 노래만 부르다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 한다. 엉덩물 계곡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책로 사이로 유채꽃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피어서 눈을 시리게 한다. 지난 2년 동안 이곳에는 유채꽃을 심지 않았으나 올해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에서 유채꽃을 심는 수고를 한 덕에 이곳의 그림 같은 유채꽃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곳들은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추천할 정도로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인생 사진’이 나온다고 ‘강추’한 곳이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메모
제주 한림읍의 앤트러사이트는 전분공장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곳이다. 돌로 벽을 쌓고 나무로 지붕을 덮은 거대한 창고 모양의 카페다. 수십 년 전에 감자와 고구마를 부수고, 갈고, 말리던 장소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색적인 실내디자인과 녹색식물들이 어우러져 커피맛을 돋운다.
제주 애월읍의 낭푼밥상은 꼭 한번 먹어볼 만하다. 옛 제주 서민들이 차려 먹던 상차림을 말한다. 낭푼은 양푼의 제주 사투리다. 하루 내내 바다에서 물질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던 해녀들은 가족의 삼시 세끼를 일일이 직접 차려 줄 순 없었다. 그래서 물질 가기 전, 소반 중앙에 감자를 넣고 지은 밥을 큰 낭푼에 가득 담아 올려놓고는 언제든지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차린 것이 낭푼밥상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제주도 내 풍광 좋은 곳의 사진 명소를 추천받아 40곳을 선정해 중문관광단지 홈페이지에 세부 정보를 담은 미니 페이지를 개설했다. 또한 2019 봄여행주간(4월 27일~5월 12일)에 지역특화프로그램 사업으로 ‘제주에서 봄빛 담아가기’ 현장 이벤트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