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위기재발 확률로 본 원·달러 환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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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을 중심으로 상하 50원 범위 내에서 움직여왔다. 이달 들어 1140원대로 오른 것도 이 범위를 이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각종 위기설에 편승해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95~97 수준을 오르내리며 큰 변화가 없다.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는 유로, 파운드, 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네 등 6개다. 각국의 변화된 위상을 감안해 크로네를 빼고 위안화를 편입한 신(新)달러인덱스로 달러 가치를 평가해 보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중요한 미국 경제는 1990년대에는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이었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에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업종에 힘입어 높은 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기록했다. 성장률만 하더라도 연평균 5%대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990년대를 뛰어넘는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올해 들어 이 기대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자 경기 침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률도 2%대로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이하다.
금리 정책에서 1990년대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대발산(GD: great divergence)’ 시기였다. GD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4년 이후 Fed는 정책금리를 1년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연 3.75%에서 연 6%로 올렸다. 같은 시점에 독일 분데스방크는 연 5%에서 연 4.5%로 인하했다.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2015년 12월 Fed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작년 말까지 1990년대에 버금가는 대발산 시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월 Fed 회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 동결과 함께 0.5%포인트 인하설까지 나돌면서 금융위기 직후처럼 ‘대수렴(GC: great convergence)’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펀더멘털 요인과 ‘마르스(Mars)’로 지칭되는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엔에서 148엔이 될 정도로 강한 달러 정책을 표방했다. 당시 재무장관이던 로버트 루빈의 이름을 따 ‘루빈 독트린’이 전개됐던 시기다.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 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잇달아 발생(‘그린스펀·루빈 쇼크’라 부른다)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 붕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정책은 일관적이지 못하다. 출범 첫해에는 약(弱)달러, 이듬해에는 강(强)달러를 선호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품수지 적자가 작년 8913억달러로 건국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함에 따라 강한 달러 정책을 밀고나갈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등 무역적자국에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 의존도가 높아 원·엔 동조화 추세가 뚜렷했다.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오르면서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원·위안화 상관계수가 0.9에 이를 만큼 중국 경제와 밀접하다. 작년 말까지 7위안 선을 넘나들던 위안·달러 환율이 6.6위안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기를 보는 시각은 20년 전 ‘강경식팀’이나 지금 ‘홍남기팀’이나 비슷하다. 이른바 ‘펀더멘털론’이다. 하지만 300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합칠 경우 5400억달러가 넘는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3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흑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처럼 위기가 재발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각종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경제운용 체제와 방식 등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한국의 경제 각료들은 알아야 한다. 대중 인기 영합적인 정책과 잦은 정책 변경보다 경제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95~97 수준을 오르내리며 큰 변화가 없다.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는 유로, 파운드, 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네 등 6개다. 각국의 변화된 위상을 감안해 크로네를 빼고 위안화를 편입한 신(新)달러인덱스로 달러 가치를 평가해 보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중요한 미국 경제는 1990년대에는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이었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에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업종에 힘입어 높은 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기록했다. 성장률만 하더라도 연평균 5%대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990년대를 뛰어넘는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올해 들어 이 기대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자 경기 침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률도 2%대로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이하다.
금리 정책에서 1990년대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대발산(GD: great divergence)’ 시기였다. GD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4년 이후 Fed는 정책금리를 1년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연 3.75%에서 연 6%로 올렸다. 같은 시점에 독일 분데스방크는 연 5%에서 연 4.5%로 인하했다.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2015년 12월 Fed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작년 말까지 1990년대에 버금가는 대발산 시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월 Fed 회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 동결과 함께 0.5%포인트 인하설까지 나돌면서 금융위기 직후처럼 ‘대수렴(GC: great convergence)’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펀더멘털 요인과 ‘마르스(Mars)’로 지칭되는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엔에서 148엔이 될 정도로 강한 달러 정책을 표방했다. 당시 재무장관이던 로버트 루빈의 이름을 따 ‘루빈 독트린’이 전개됐던 시기다.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 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잇달아 발생(‘그린스펀·루빈 쇼크’라 부른다)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 붕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정책은 일관적이지 못하다. 출범 첫해에는 약(弱)달러, 이듬해에는 강(强)달러를 선호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품수지 적자가 작년 8913억달러로 건국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함에 따라 강한 달러 정책을 밀고나갈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등 무역적자국에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 의존도가 높아 원·엔 동조화 추세가 뚜렷했다.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오르면서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원·위안화 상관계수가 0.9에 이를 만큼 중국 경제와 밀접하다. 작년 말까지 7위안 선을 넘나들던 위안·달러 환율이 6.6위안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기를 보는 시각은 20년 전 ‘강경식팀’이나 지금 ‘홍남기팀’이나 비슷하다. 이른바 ‘펀더멘털론’이다. 하지만 300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합칠 경우 5400억달러가 넘는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3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흑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처럼 위기가 재발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각종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경제운용 체제와 방식 등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한국의 경제 각료들은 알아야 한다. 대중 인기 영합적인 정책과 잦은 정책 변경보다 경제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