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둘째줄 왼쪽 두 번째)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세 번째)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둘째줄 왼쪽 두 번째)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세 번째)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을 이끄는 주요국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에 우려를 나타내고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주요국 경제수장이 무역분쟁 등 위험 요소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 3대 무역리스크에 영향을 받는 세계 경제 규모는 1조800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경제 '3대 리스크' 직면…IMF·세계銀 "무역긴장 완화" 촉구
“세계 경제 완만한 둔화세”

WB의 25개 이사국 대표로 구성된 WB개발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무역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다”며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 신뢰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WB개발위원회는 “세계 경제는 하방 위험이 잔존하는 가운데 경제활동이 완만한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IMF 24개 이사국 대표로 이뤄진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도 워싱턴DC에서 “내년에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다시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위험 요소가 여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경제 확장세는 지속되지만 작년 10월 예상한 것보다 느리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IMF는 지난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1월 전망치(3.5%)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작년 10월 전망보다는 0.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IMF와 WB는 “무역 긴장,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위험, 제한적 정책 여력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금융 긴축, 높은 부채 수준, 금융 취약성 증대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국제 공조가 약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다자주의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국제 공조로 정치·경제적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고 세계 경제 회복·무역 긴장 완화를 달성하자”고 촉구했다. WB개발위원회는 “리스크 확산 방지와 취약계층 보호에 주력하는 동시에 성장 도모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역갈등이 최대 리스크

IMF는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 가운데 글로벌 통상 분쟁이 지속되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세계 총생산(GDP)의 2.3%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세계 GDP 규모가 약 79조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무역 리스크에 노출된 세계 GDP 규모는 1조8000억달러 이상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목한 무역 리스크는 브렉시트,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이다. 세계 GDP의 0.9%는 브렉시트 리스크에, 1.0%는 미·중 무역전쟁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 GDP의 0.4%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은 GDP의 1.9%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의 GDP 영향은 0.8% 수준이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역갈등 고조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리스크”라며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같은 다른 부문에서 갈등이 고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