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금호·産銀 잠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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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채권단 압박에 '백기'
오늘 오전 긴급 이사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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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특단의 자구책을 가져오라는 채권단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14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양측은 15일 오전 만나 자구계획 수정안을 조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최종 합의하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연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 수정안을 안건으로 올려 의결한 뒤 채권단에 공식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는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내면서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튿날 채권단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빠졌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때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시장에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더 내놓을 사재가 사실상 없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증자 등을 통해 자력으로 자본을 확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호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약속하면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이달 말부터 돌아오는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고 금호고속 금호산업 등도 숨통이 트인다. 아시아나, 자금조달 길 완전히 막혀…"매각 외에 선택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쪽으로 돌아선 데 대해 금융권에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양측은 15일 오전 새로운 자구계획과 관련해 막판 조율을 벌일 예정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자구안이 통과되면 자금 지원과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는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지만 큰 방향은 잡혔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예상된 수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사진)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들은 최근 수차례 회의를 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측은 지난주 증시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돌자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매각) 결정이 거의 이뤄졌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갖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지분 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3000억원 이상이다.
채권단은 지난 10일 금호 측 자구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통보하면서 박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유상증자 같은 실질적 방안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이 금호산업으로 들어오면 금호산업은 살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까지 가지려고 하면 그 어느 회사도 박 전 회장에게 남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갚아야 하는 빚이 1조원을 넘지만 자금 조달 길은 꽉 막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514억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수혈받으려면 채권단이나 외부 투자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채권단은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이어지던 차에 감사의견마저 ‘한정’을 받으면서 주식·채권 발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어려워졌다.
‘그룹 재건’ 과정서 갈등의 골 깊어져
채권단의 강경한 압박에는 과거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명분으로 퇴진 발표를 번복하고 경영에 복귀하는 등의 과정에서 쌓인 불신도 한몫했다. 더 이상 내놓을 자구안이 없는 줄 알면서도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이를 이례적으로 즉각 언론에 공개한 것도 “박 전 회장을 돕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구안 반려 방침을 신속히 공개한 이유에 대해 “(박 전 회장이) 잘못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관계가 좋았다고 가정하더라도 회사채 등 시장성 채무 비중이 절반을 넘는 탓에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돈을 대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은행이 대준 돈을 회사채를 갚는 데 써버리게 되는 구조 탓이다.
항공 매각 조건으로 5000억원 수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자구안에 포함되면 금호의 당초 요청대로 최대 5000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전 회장 측이 매각 방침을 거둬들일 수 없도록 영구채 발행, 출자전환 옵션 추가 등의 방안을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막판 협의에서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금호산업 측 구주를 인수한 뒤 수천억~1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해야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은 최근까지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과가 없었다. 대표적 호남 기업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박 전 회장의 우군 역할을 했던 정치권에서도 이번엔 채권단에 거의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김보형/강경민 기자 tardis@hankyung.com
14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양측은 15일 오전 만나 자구계획 수정안을 조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최종 합의하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연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 수정안을 안건으로 올려 의결한 뒤 채권단에 공식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는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내면서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튿날 채권단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빠졌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때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시장에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더 내놓을 사재가 사실상 없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증자 등을 통해 자력으로 자본을 확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호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약속하면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이달 말부터 돌아오는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고 금호고속 금호산업 등도 숨통이 트인다. 아시아나, 자금조달 길 완전히 막혀…"매각 외에 선택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쪽으로 돌아선 데 대해 금융권에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양측은 15일 오전 새로운 자구계획과 관련해 막판 조율을 벌일 예정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자구안이 통과되면 자금 지원과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는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지만 큰 방향은 잡혔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예상된 수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사진)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들은 최근 수차례 회의를 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측은 지난주 증시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돌자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매각) 결정이 거의 이뤄졌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갖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지분 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3000억원 이상이다.
채권단은 지난 10일 금호 측 자구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통보하면서 박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유상증자 같은 실질적 방안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이 금호산업으로 들어오면 금호산업은 살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까지 가지려고 하면 그 어느 회사도 박 전 회장에게 남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갚아야 하는 빚이 1조원을 넘지만 자금 조달 길은 꽉 막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514억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수혈받으려면 채권단이나 외부 투자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채권단은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이어지던 차에 감사의견마저 ‘한정’을 받으면서 주식·채권 발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어려워졌다.
‘그룹 재건’ 과정서 갈등의 골 깊어져
채권단의 강경한 압박에는 과거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명분으로 퇴진 발표를 번복하고 경영에 복귀하는 등의 과정에서 쌓인 불신도 한몫했다. 더 이상 내놓을 자구안이 없는 줄 알면서도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이를 이례적으로 즉각 언론에 공개한 것도 “박 전 회장을 돕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구안 반려 방침을 신속히 공개한 이유에 대해 “(박 전 회장이) 잘못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관계가 좋았다고 가정하더라도 회사채 등 시장성 채무 비중이 절반을 넘는 탓에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돈을 대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은행이 대준 돈을 회사채를 갚는 데 써버리게 되는 구조 탓이다.
항공 매각 조건으로 5000억원 수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자구안에 포함되면 금호의 당초 요청대로 최대 5000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전 회장 측이 매각 방침을 거둬들일 수 없도록 영구채 발행, 출자전환 옵션 추가 등의 방안을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막판 협의에서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금호산업 측 구주를 인수한 뒤 수천억~1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해야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은 최근까지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과가 없었다. 대표적 호남 기업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박 전 회장의 우군 역할을 했던 정치권에서도 이번엔 채권단에 거의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김보형/강경민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