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끝난 제83회 마스터스에서 우승의 상징인 다섯번째 ‘그린 재킷’을 입게된 그였다. 1997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첫 그린 재킷을 입은 후 정확히 22년 만이다. 당시에는 아버지 얼(Earl)이 자리를 지켰다면 이번엔 아들 찰리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경기 후 우즈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후 그린 주변에 있던 아들 찰리와 딸 샘부터 찾았다. 22년전 아버지 얼을 찾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우즈는 한동안 찰리를 꼭 끌어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우즈는 “우승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서도 “스스로도 우승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우즈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인 얼이 2006년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6주간 대회를 쉬었을 정도로 아버지를 끔찍히 생각했다.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올 때면 “해마다 이 때가 되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어머니 쿨티다는 22년전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지켰다. 우즈는 찰리를 포옹한 후 어머니 쿨티다도 잊지 않고 와락 끌어 안았다. 우즈는 “어머니는 1997년에도 이 곳에 계셨고 지금도 이 곳에 계셔 정말 다행이다”라고 미소지었다.
우즈는 이날 승부처를 파3 12번홀로 꼽았다. ‘아멘 코너’ 중에서도 마스터스의 역사를 수차례 바꿔놓은 악명 높은 곳이다. 우즈와 경쟁하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이 홀에서 공을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우즈는 이 홀에서 파를 잡고 몰리나리의 실수를 틈타 역전에 성공했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우즈는 “12번홀에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만에 메이저대회 통산 15승을 거두며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승 기록인 18승에 3승차로 다가섰다. 특히 허리와 무릎 등 큰 부상을 딛고 얻어낸 성과여서 더욱 갚졌다. 우즈는 “이 곳에서 다시 뛰는 것만으로도 난 행운아”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