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누적적자는 3조원에 달한다. 쿠팡은 올해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1074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적자규모가 77% 확대된 것이다. 당기순손실도 1조1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이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적자만 3조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매출액은 4조4227억원이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매출 증가율은 2017년 40%에서 지난해 65%로 높아졌다.

이 같은 외형 확대는 온라인 물류의 기본인 '빠른 배송'에 집중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인 '로켓 와우'는 충성 소비자 층을 확대하면서 쿠팡의 핵심 매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은 배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존에 구축한 물류 기반을 바탕으로 잇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월 2900원을 내면 무제한 무료배송을 해주는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에 이어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쿠팡이츠'도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폭증하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활용하는 택배 아르바이트인 '쿠팡 플렉스'를 도입했다.

쿠팡은 직매입 비중을 90%까지 늘리면서 이른바 '계획된 손실'을 감당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앞으로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하겠단 뜻이 아니라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 '유통 공룡'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다. 지난해 전국에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하는 100만㎡ 규모 물류센터 10여개를 확보했고 올해 200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과 물류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인프라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의 적자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로 보고 있어 지금 당장의 손실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도 쿠팡의 승부수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20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를 투자받았다. 이는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후에 이뤄진 추가 투자다.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김범석 회장이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커지는 상황이다. 출혈 경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해 적자가 무려 1조원을 넘었고 계속된 적자를 버티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유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건 이커머스 업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문제는 지금 확보해 놓은 투자금이 소진되는 속도에 비해 시장 성장 속도가 더딜 경우 손실 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거래액과 매출 등에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며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체와 적자폭을 줄이는 업체들의 엇갈린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