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루라이드는 럭셔리 SUV처럼 생긴 데다 럭셔리 SUV처럼 달린다."
"가격표만 빼면 럭셔리 SUV다."
"아주 멋진 자동차다. 기아자동차가 홈런을 날렸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차
미국 현지에서 나온 '텔루라이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다.

기아자동차의 텔루라이드는 국내에서도 낮은 가격과 높은 연비, 넉넉한 실내공간 등으로 경쟁 차종과 자주 비교된다. 시승도 구입도 미국에서 가능하지만, 1분기뿐 아니라 기아차의 올해 실적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한 지난 3월, 판매량은 508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미국 시장 리테일 판매가 5만5814대인데 첫 선 보인 텔루라이드의 판매비중이 10%에 육박한 것이다.

텔루라이드 덕에 기아차의 미국 내 레저용차량(RV) 비중도 지난해 40%에서 44% 수준까지 확 늘었다. SUV의 판매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수익성 개선과 직결된다. 기아차의 3월 미국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것이다.

반면 경쟁 차종의 판매는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서 3월 SUV(D-seg. SUV)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했지만, 경쟁 모델 판매 1~3위에 해당하는 포드 익스
플로러의 경우 13.1% 줄어든 2만824대, 도요타 하이랜더는 2.9% 감소한 2만824대, 혼다 파일럿도 5.3% 줄어 1만3411대로 각각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SUV 리더들의 3월 판매 감소는 신차 효과의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향후 텔루라이드의 잠재 판매 능력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라며 "텔루라이드의 경쟁 차종 수요를 흡수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대형 SUV 시장은 미국에서도 경쟁 강도가 가장 높은 분야다. 상황이 이렇자 텔루라이드의 인기가 향후 기아차의 모객 효과로까지 이어져 전체 SUV 라인업의 판매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차
여의도 증권가(街)는 1분기(1~3월)보다 2분기의 미국 판매를 더욱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내 재고대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SK증권에 따르면 기아차의 3월 재고대수는 7만6000대(36.8일) 수준으로 전년 동기의 10만8000대(59.6일)와 전월 7만9000대(43.7일) 대비 크게 줄었다.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재고 수준이다. 판매대수까지 고려한 재고일수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 권순우 애널리스트는 "특히 판매를 위해 텔루라이드의 재고축적이 7374대가량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SUV차종인 스포티지 쏘렌토뿐 아니라 소울 옵티마 등 카(CAR) 부문에서 재고 축소가 진행된 것"이라며 "경쟁업체와 달리 기아차의 재고는 꾸준하게 낮아지고 있어 추후 인센티브 감소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컨센서스(기대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는 내수판매가 부진하더라도 미국 내 텔루라이드 생산으로 분기마다 호(好)실적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텔루라이드의 인기는 동일한 플랫폼(FF 기반)을 사용 중인 현대차 펠리세이드의 미국 판매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기아차와 현대차의 ASP(평균판매단가)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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