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4조4147억원과 1조1074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그러나 쿠팡은 올해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를 투자 받았다. 이는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후에 이뤄진 추가 투자다.
당시 손 회장은 "김범석 회장이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현재 판매하는 상품 중 400만종을 로켓배송을 통해 무료로 주문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로켓배송의 누적 배송량은 10억개를 넘어섰다. 올해도 손 회장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 상당 부분을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시스템 강화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티몬의 매출은 49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이 업체의 성장은 큐레이션(다양한 정보 가운데 사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내용만을 골라 선별해주는 서비스) 쇼핑을 토대로 하는 '타임마케팅'과 신선식품을 포함한 직매입 사업 '슈퍼마트'가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티몬은 지난해 큐레이션 딜 사업에서 24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티몬은 성장의 고삐를 죄기 위해 '타임커머스' 플랫폼을 강화하는 한편 '미디어커머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MCN(다중채널네트워크)과 미디어커머스를 연계한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인 '티비온'을 선보였으며 9월부터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티비온 라이브'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을 각각 4294억, 390억원을 기록한 위메프는 몸집 키우기를 멈추고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특가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대형 포털을 이용한 이른바 '실검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위메프는 차별화된 가격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 '투데이특가·히든프라이스·11특가·타임특가' 등 날마다 다른 특가혜택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해당 이벤트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 대비 최대 20%가량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812억원으로 전년 9519억원 대비 3.1% 신장했다. 특히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하는 것은 모범 사례로 꼽히지만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면서 성장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801억원을 달성한 이래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G마켓은 성장률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유튜브를 메인 채널로 다양한 구매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부터 배우 조정석을 기용해 '현명한 쇼핑의 정석'이라는 콘셉으로 TV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모든 연령대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일클럽'의 취지를 담았다.
지난해 6744억원의 매출을 올린 11번가는 영업손실을 678억을 기록해 전년 1540억원보다 56% 줄이면서 흑자 전환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11번가는 지난해 9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에서 분리돼 새롭게 출범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효율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확보했고 SK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커머스 포털'로 진화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도 있다. 국내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유료 앱 결제 기능이 생긴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2일 "향후 인스타그램이 부과할 판매수수료율의 레벨이 이커머스 업계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빠른 배송과 싼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가 치킨게임 시장인 이커머스 업계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며 "거의 모든 이커머스 업체가 실시하고 있는 실검 마케팅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관련 행위에 대한 제재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위험한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업계는 향후 3년 안에 1대1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기존에 이커머스 업계 있던 업체와 새롭게 시장에 유입된 유통 공룡 간의 대결로 좁혀질 것"이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본과 기업이 또 뛰어들 수도 있어 경쟁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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