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9년 4월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강릉 산불은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습니다. 화마가 순식간에 도시를 집어삼키는 모습은 TV SNS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2019년 4월 5일 오후 1시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강원도 산불 지역을 촬영한 사진.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화재 피해 지역이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4월 5일 오후 1시 다목적·실용위성 3호가 강원도 산불 지역을 촬영한 사진.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화재 피해 지역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여론의 찬사를 받을 만큼 발빠르게 대응했고 전국의 소방관은 이번에도 천리길은 달려가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후 대응'만으로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순 없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산불이 산야를 집어삼킨 뒤에야 부랴부랴 대응을 강화하는 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져 있던 그간의 산불 내역과 소방장비 현황 통계를 모아 데이터로 만들어보니 현실이 조금 보입니다.

뉴스래빗이 국내 언론 최초로 △ 2001~2018 18년치 산불통계 데이터 전수△ 2005~2016 12년치 소방장비 전수 데이터를 모두 모아 우리 사회의 재난대응 현실을 팩트체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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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18 산불통계 분석
강원도 건수 대비 피해면적 최대
매년 여의도 하나씩 불탔다

산림청은 매년 '산불통계'를 내 산불 발생 현황을 공개합니다. 산불 건수와 피해 면적을 매년 시·도별로 확인할 수 있죠. 뉴스래빗이 시각화한 산림청 산불통계 그래프를 볼까요.


최근 18년간 산불 피해 면적이 가장 큰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2001~2018년을 통틀어 5010ha가 불탔죠. 한 해 평균 278ha, 매년 여의도(290ha) 전체, 혹은 축구장(0.714ha) 380개가 불에 타고 있는 셈입니다. 18년 간 여의도 18개, 축구장 6840개가 산불에 소실된 셈입니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17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17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같은 기간 피해 면적이 3542ha인 경상북도, 3379ha인 충청남도가 뒤를 잇습니다. 강원도 역대 총 피해 면적은 경북, 충남을 제외한 모든 시도(전남·전북·경남·울산·충북·경기·부산·인천·대전·광주·대구·서울·세종·제주, 피해 면적 순)의 피해 면적을 합한 것보다 큽니다.


피해 면적을 산불 발생 건수와 비교해보니 강원도의 산불 위험성이 더 도드라집니다. 충남은 18년치 3379ha 중 3189ha가 2002년 한 해에 불탔고, 경북은 피해 면적만큼 산불 건수도 많습니다. 건수 대비 피해 면적은 강원도가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2019년 4월 고성·강릉 산불 당시 "강원도는 산불이 유난히 잦은 것 같은 느낌이다", "2007년 낙산사 소실 당시가 생생하다"는 여론이 많았는데요. 강원도는 느낌 뿐 아니라 수치 상으로도 산불 위험이 큰 지역입니다.
소방장비 30% 12년째 서울·경기 집중
'임기응변·희생·온정 의존'
재난대응 현실과 일맥상통

전국 시·도 중 소방장비(차량, 헬기, 트레일러 등)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입니다. 2016년 기준 1460대를 운용 중입니다. 경기도엔 기초자치단체(시·군)도 31곳이나 되고, 인구도 많고 면적도 넓기 때문에 장비 수가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989대를 보유한 서울시가 뒤를 이었습니다.

전국 소방장비 수는 2016년 기준 약 8757대(광주시 제외)인데요. 서울, 경기의 소방장비 수만 2449대로 전국의 28% 수준입니다.

네 대 중 한 대 이상은 서울, 경기에 몰려있는 셈입니다. 물론 한국 인구 5500만 중 2200만 가까이 수도권에 몰려 사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11년 간 소방장비 44% 증가
경기도 > 서울 > 강원 > 경북 순

2005~2015년 11년 간 전국 소방장비 수는 44% 많아졌습니다. 각 시·도별 소방장비 통계를 취합해보니 2005년 5959대이던 게 2015년엔 8569대로 늘었습니다. 최신자인 2016년엔 광주시가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전수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나머지 시·도만 합해도 8757대이니 더 늘었겠죠.

2005년 당시에도 소방장비는 서울·경기에 많았습니다. 5959대 중 2065대를 두 지자체가 보유했죠. 현재보다 훨씬 높은 35%에 육박했습니다. 전국에서 산불 위험이 가장 큰 강원도는 2005년 당시 소방장비를 529대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같은 시기 경기도(1153대)의 절반, 서울(912대)과 경남(542대)보다도 아래였습니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하자 시민들이 연기를 피해 차량 뒤에서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하자 시민들이 연기를 피해 차량 뒤에서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1년 이후론 경북에도 밀리며 장비 보유 수 5위를 유지하다가, 2014년에 와서야 경기도, 서울시 뒤인 전국 3위에 안착했습니다. 공공데이터 최신자료인 2016년까지 보면 전국 소방장비는 경기도 > 서울 > 강원 > 경북 > 경남 > 전남 > 대구 순으로 많습니다.

2016년 기준 전국 소방장비 수 약 8757대(광주시 제외) 가운데 서울, 경기의 소방장비 수만 2449대로 전국의 28% 수준입니다. 2005년 35%에서 2016년 28% 선으로 12년 간 소방장비의 수도권 집중률은 약 30% 선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재출동' 경기 709대 > 강원 548대
지자체 '부익부 빈익빈' 더 심각
2019년 4월 5일 오전 전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4월 5일 오전 전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기본적인 화재 출동대는 펌프차(소방호스를 연결해 물을 뿜는 차량), 물탱크차(펌프차 등에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차량), 구급차(사상자를 화재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차량)로 구성됩니다. 전국 각지의 119안전센터는 관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이 세가지 차량을 내보내죠.

화재 출동의 기본 구성인 이 세가지 차량 수만 비교해볼까요. 역시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입니다. 2016년 최신자 기준 709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경기도에 이어 2번째긴 하지만 548대로 차이가 큽니다. 뒤이은 경북, 서울, 경남, 전남은 강원도보다도 200여대 적은 300여대 수준입니다.

데이터로 확인하니 지자체별 소방 인력 및 장비에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각합니다. 소방장비 수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 소방조직이 시·도 산하로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각 시·도의 주머니 사정이나 재량적 판단에 의해 규모가 결정된다는 뜻이죠. 여태까지도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의 '임기응변', 사회 각지의 '온정', 소방관의 '희생'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 서비스는 95% 이상 지방 예산으로 운영합니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국민 안전을 좌우하는 상황이죠. 최근 몇 년간 국민안전처에서 '소방청'이 독립하고, 소방안전교부세를 확대하는 등 정부도 노력하고는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5% 남짓인 소방안전교부세는 소방 뿐만 아니라 다른 안전 관련 업무에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2019년 4월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방 예산 전체에서 국가 예산은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국가에서 소방을 방치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낮게 가져간다"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강원도 산불로 다시 떠오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과 장비 현실이 궤를 같이 하는 셈입니다.
정부 재난대응 빛났지만…
강원 다음 가는 '경북', 대응 어떻게?

강원도 다음으로 산불 피해 위험이 높은 곳은 경북입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9년간 산불 발생 건수가 가장 많았죠. 강원도에 산불이 한 번 날 때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면, 경북은 말 그대로 '산불 다발 구역'입니다.
2019년 4월 4일 오후 11시 46분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 독자제공
2019년 4월 4일 오후 11시 46분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 독자제공
2019년 4월 고성 산불 당시 정부의 재난대응엔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의사결정해 수많은 소방장비를 단시간 내에 집결시켰습니다. 덕분에 피해 규모가 우려보다 크지 않았죠.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공신은 지난 2017년 완전 개통한 서울-양양 고속도로입니다. 수도권에서 영동 지방으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은 틀림 없습니다.

'산불 다발 지역'으로 증명된 경북은 강원도보다 먼 곳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방장비가 집결해있는 서울·경기와의 직선 거리가 멀죠. 서울에서 경북권으로 향하는 도로가 강원도보다는 잘 뚫려있다 해도 거리 자체가 멀고, 통행량도 많습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통제해 소방차를 빠르게 했던 정부 콘트롤 타워의 전략이 '산불 다발 지역' 경북에도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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