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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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북제재 완화 외에 또 다른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분석했다.

국가정보원 산하인 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최근 북한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시정연설을 통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동안 대북제재 해제에만 치중해 온 대신 협상 의제를 좀 더 다양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제재 따위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 경제적 보상조치’의 교환(구도)이었다면 북·미간 교환할 콘텐츠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미·북 3차 정상회담의 방향에 대해 “실무회담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무협상이 부족했던 ‘하노이 회담’의 반면교사적 측면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회담 개최 전에 북한과 미국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든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올해 말로 시한을 잡은 데 대해선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을 천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내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성과 없이 유야무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북제재가 강경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북한의 경제사정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김정은은 지난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10일 당 전원회의, 11~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선 “미국이 아닌 북한 편에 서 달라는 불만의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도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미측 입장을 듣고,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파악해야 하는 필요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발언이 우리 측의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