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18)] 해외 여행과 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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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당신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연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고 하자. 200달러의 계산서가 나왔다면 팁은 얼마를 줘야 할까. 10달러? 20달러? 40달러? 자린고비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팁을 주지 않으려면?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팁을 지불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레스토랑, 호텔, 바, 택시 등 사람이 직접 서비스하는 거의 대부분 일에 팁을 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팁 액수는 일정하지 않다. 우선, 청구서에 ‘그래튜어티(gratuity)’라고 쓰인 서비스료(봉사료)가 포함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식당에 따라서는 계산서에 일정 비율의 서비스료를 미리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별도로 팁을 줄 필요가 없다. 포함돼 있지 않을 때는 패스트푸드점처럼 웨이터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팁을 줘야 한다. 점심은 보통 요금의 10~15% 정도, 저녁은 15~20%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호텔에서는 벨보이는 가방 1개당 1달러 정도, 문지기에게는 1달러 정도를 준다. 룸메이드에게는 1박당 1~2달러를 베개나 램프 밑에 놓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택시기사에게도 요금의 약 10~15%를 지급한다. 미술관, 영화관이나 극장 등의 휴대품 보관소에 옷이나 물건을 맡겼을 때도 1~2달러의 팁을 준다.
서유럽에도 팁 문화가 존재한다. 금액은 미국에 비해 대체로 적은 편이다. 독일 식당에서는 계산서 금액의 5~10%를 팁으로 준다. 영국에서는 계산서에 서비스 금액의 12.5%가 팁으로 포함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분명하지 않을 때는 종업원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식당 계산서에 봉사료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보통은 식탁에 약간의 금액을 남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택시기사, 포터, 룸메이드나 보관소의 경우 미국과 비슷한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한 돈'
팁은 18세기 영국의 한 술집에서 유래했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돈을 더 지불하자(To Insure Promptness)’는 말을 벽에 붙였는데 머리글자를 따서 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 후 신대륙인 미국으로 건너가 보편적인 문화로 정착됐다. 동양사회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 않다. 서양사회에서 팁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또 팁은 서양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팁을 줘야 한다. 팁 액수는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팁으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세기 영국 경제계를 주름잡은 유대계 금융인 로스차일드 남작이 택시에서 내리면서 팁을 건넸다. 택시기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남작님, 남작님의 아들은 언제나 훨씬 많은 돈을 팁으로 줍니다.” 남작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내 아들은 부자 아빠를 뒀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요.”
이와 대조되는 사례도 있다.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주름잡던 앨번리 경이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런던 외곽에서 있었던 결투에서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는 마부에게 1기니(영국의 금화)를 팁으로 건넸다. 당시 1기니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놀란 마부가 말했다. “남작님, 저는 1마일 정도를 태워다 줬을 뿐인데요.” 남작이 손을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이 돈은 나를 결투장에 태워다준 사례가 아니네. 나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준 대가일세.”
팁에도 해당되는 過猶不及
역사상 과도한 금액을 팁으로 준 사례는 꽤 있다. 미국의 언론사 소유주인 베닛은 20세기 초 뉴욕헤럴드의 파리판을 발간한 사람이다. 그는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언젠가 그는 파리와 몬테카를로를 오가는 열차 승무원에게 1만4000달러나 되는 거금을 팁으로 줬다. 승무원은 바로 열차 회사를 사직하고 그 팁으로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과도한 팁으로 사업을 망친 사례도 있다. 한국의 한 사업가가 일본 기업과의 합작 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그 사업가가 미국 출장 중 룸살롱 여직원에게 1000달러나 되는 팁을 주고 호기를 부린 것이 드러나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공자의 말은 팁에도 해당된다.
팁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팁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미국 식당은 노팁(NO-TIP)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식당 경영주들이 음식 가격에 팁을 포함시키고 웨이터와 주방직원 등 음식점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고객들은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고 불평한다. 수입이 줄어든 종업원이 경쟁업소로 이직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미국 서부의 일부 주에서는 팁을 식당의 전 종업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오랜 전통의 팁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미국 사회에서는 팁을 지불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레스토랑, 호텔, 바, 택시 등 사람이 직접 서비스하는 거의 대부분 일에 팁을 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팁 액수는 일정하지 않다. 우선, 청구서에 ‘그래튜어티(gratuity)’라고 쓰인 서비스료(봉사료)가 포함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식당에 따라서는 계산서에 일정 비율의 서비스료를 미리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별도로 팁을 줄 필요가 없다. 포함돼 있지 않을 때는 패스트푸드점처럼 웨이터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팁을 줘야 한다. 점심은 보통 요금의 10~15% 정도, 저녁은 15~20%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호텔에서는 벨보이는 가방 1개당 1달러 정도, 문지기에게는 1달러 정도를 준다. 룸메이드에게는 1박당 1~2달러를 베개나 램프 밑에 놓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택시기사에게도 요금의 약 10~15%를 지급한다. 미술관, 영화관이나 극장 등의 휴대품 보관소에 옷이나 물건을 맡겼을 때도 1~2달러의 팁을 준다.
서유럽에도 팁 문화가 존재한다. 금액은 미국에 비해 대체로 적은 편이다. 독일 식당에서는 계산서 금액의 5~10%를 팁으로 준다. 영국에서는 계산서에 서비스 금액의 12.5%가 팁으로 포함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분명하지 않을 때는 종업원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식당 계산서에 봉사료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보통은 식탁에 약간의 금액을 남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택시기사, 포터, 룸메이드나 보관소의 경우 미국과 비슷한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한 돈'
팁은 18세기 영국의 한 술집에서 유래했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돈을 더 지불하자(To Insure Promptness)’는 말을 벽에 붙였는데 머리글자를 따서 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 후 신대륙인 미국으로 건너가 보편적인 문화로 정착됐다. 동양사회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 않다. 서양사회에서 팁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또 팁은 서양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팁을 줘야 한다. 팁 액수는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팁으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세기 영국 경제계를 주름잡은 유대계 금융인 로스차일드 남작이 택시에서 내리면서 팁을 건넸다. 택시기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남작님, 남작님의 아들은 언제나 훨씬 많은 돈을 팁으로 줍니다.” 남작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내 아들은 부자 아빠를 뒀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요.”
이와 대조되는 사례도 있다.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주름잡던 앨번리 경이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런던 외곽에서 있었던 결투에서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는 마부에게 1기니(영국의 금화)를 팁으로 건넸다. 당시 1기니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놀란 마부가 말했다. “남작님, 저는 1마일 정도를 태워다 줬을 뿐인데요.” 남작이 손을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이 돈은 나를 결투장에 태워다준 사례가 아니네. 나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준 대가일세.”
팁에도 해당되는 過猶不及
역사상 과도한 금액을 팁으로 준 사례는 꽤 있다. 미국의 언론사 소유주인 베닛은 20세기 초 뉴욕헤럴드의 파리판을 발간한 사람이다. 그는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언젠가 그는 파리와 몬테카를로를 오가는 열차 승무원에게 1만4000달러나 되는 거금을 팁으로 줬다. 승무원은 바로 열차 회사를 사직하고 그 팁으로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과도한 팁으로 사업을 망친 사례도 있다. 한국의 한 사업가가 일본 기업과의 합작 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그 사업가가 미국 출장 중 룸살롱 여직원에게 1000달러나 되는 팁을 주고 호기를 부린 것이 드러나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공자의 말은 팁에도 해당된다.
팁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팁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미국 식당은 노팁(NO-TIP)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식당 경영주들이 음식 가격에 팁을 포함시키고 웨이터와 주방직원 등 음식점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고객들은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고 불평한다. 수입이 줄어든 종업원이 경쟁업소로 이직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미국 서부의 일부 주에서는 팁을 식당의 전 종업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오랜 전통의 팁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