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즉시 매각"…인수戰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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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수정 자구안 제출
조만간 주관사 선정 등 매각절차
자회사 포함 매각가 1兆대 예상
SK·한화·CJ·애경 등 뛰어들 듯
조만간 주관사 선정 등 매각절차
자회사 포함 매각가 1兆대 예상
SK·한화·CJ·애경 등 뛰어들 듯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수 후보로는 SK 한화 CJ 애경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즉시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은에 따르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한 뒤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박 전 회장의 영구 퇴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다음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거부했다. 산은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아시아나가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 뒤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른 시일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관사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매각가격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 한화 CJ 애경그룹 등 대기업이 대거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31년 만에 국적항공사 매물…SK·한화·CJ, 兆단위 베팅 '저울질'
15일 공식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70여 개 국제선 노선을 갖춘 대형 국적항공사다. 취득이 까다로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한 데다 현금 창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힌다. 국내 유력 대기업들과 사모펀드(PEF)들이 합작 투자를 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뛰기 시작한 이유다.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당시 서울항공)은 31년 만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2조원대로 예상되는 인수 대금과 부실 징후를 보이는 경영 지표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관광·호텔업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차별화 등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 인수 후보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SK그룹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인수대금이 수조원대로 전망돼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기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SK는 최근 제3자 물류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아시아 지역 물류 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도 대부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IB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신세계, 롯데, 한화 등이다. 한화는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류 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국내 1위 LCC를 보유한 애경그룹도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대형 PEF들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 최대주주가 되려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PEF 단독으로는 인수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PEF 중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 중 상당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적 항공사 인수에는 변수가 적지 않은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후보 기업’들이 겉으론 무관심한 척하면서 물밑에서 치열한 탐색전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 면허 3개 동시 취득 가능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적 대형항공사(FSC) 면허와 LCC 면허 두 개(에어부산·에어서울)를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높은 노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부채만 해결하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처럼 관광업, 정비사업 등 연관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항공기 리스 비중을 줄여야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전 흥행 실패할 수도”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기대만큼 뜨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이 클 뿐 아니라 인수 이후에도 각종 사고 위험에 따른 평판 악화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융비용 탓에 1959억원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649.3%에 달한다.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은 0.2배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 주가 급등으로 금호산업 보유지분(33.47%) 가치도 5000억원대로 불어났다. 경영권과 사업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 자체에만 1조원가량이 필요할 전망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항공기 리스 규모(84대 중 65대)를 줄이는 데도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4400억원이다. 이 중 1조32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강경민/김보형/강현우/유창재/정영효 기자 kkm1026@hankyung.com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즉시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산은에 따르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한 뒤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박 전 회장의 영구 퇴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다음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거부했다. 산은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아시아나가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 뒤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른 시일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관사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매각가격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 한화 CJ 애경그룹 등 대기업이 대거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31년 만에 국적항공사 매물…SK·한화·CJ, 兆단위 베팅 '저울질'
15일 공식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70여 개 국제선 노선을 갖춘 대형 국적항공사다. 취득이 까다로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한 데다 현금 창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힌다. 국내 유력 대기업들과 사모펀드(PEF)들이 합작 투자를 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뛰기 시작한 이유다.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당시 서울항공)은 31년 만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2조원대로 예상되는 인수 대금과 부실 징후를 보이는 경영 지표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관광·호텔업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차별화 등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 인수 후보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SK그룹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인수대금이 수조원대로 전망돼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기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SK는 최근 제3자 물류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아시아 지역 물류 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도 대부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IB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신세계, 롯데, 한화 등이다. 한화는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류 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국내 1위 LCC를 보유한 애경그룹도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대형 PEF들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 최대주주가 되려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PEF 단독으로는 인수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PEF 중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 중 상당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적 항공사 인수에는 변수가 적지 않은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후보 기업’들이 겉으론 무관심한 척하면서 물밑에서 치열한 탐색전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 면허 3개 동시 취득 가능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적 대형항공사(FSC) 면허와 LCC 면허 두 개(에어부산·에어서울)를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높은 노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부채만 해결하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처럼 관광업, 정비사업 등 연관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항공기 리스 비중을 줄여야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전 흥행 실패할 수도”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기대만큼 뜨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이 클 뿐 아니라 인수 이후에도 각종 사고 위험에 따른 평판 악화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융비용 탓에 1959억원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649.3%에 달한다.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은 0.2배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 주가 급등으로 금호산업 보유지분(33.47%) 가치도 5000억원대로 불어났다. 경영권과 사업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 자체에만 1조원가량이 필요할 전망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항공기 리스 규모(84대 중 65대)를 줄이는 데도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4400억원이다. 이 중 1조32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강경민/김보형/강현우/유창재/정영효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