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빨지 않은 후드티에서 엄마는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을 찾아냈다. 지갑에 넣어다니다 잃어버릴까봐 이젠 장롱에 보관한다. 가끔 꺼내 만져본다. 만질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다.”(강혁 엄마 조순애)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딸을 위해 마침내 에어컨 구입을 결심했다. 3월에 주문한 에어컨은 마침 정신없는 ‘그날’ 설치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무더웠던 그해 여름, 그 다음해 여름에도 틀지 못했다. 그렇게 덥게 지내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 한번 못쐬어 본 딸이 생각나서다.”(정예진 엄마 박유신)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신간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창비)를 내놨다. 2014년 《금요일엔 돌아오렴》, 2016년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이후 세 번째 책이다. 작가기록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육성을 글로 옮겼다. 5명의 기록자가 단원고 희생 학생 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 희생된 교사 가족 57명을 인터뷰했다.

무겁게 넘어가는 책장마다 눈물이 어린다. “이제 그만 잊으라” “마음에 묻어라”는 위로 아닌 위로가 기억에 새긴 고통과 마음에 남겨진 짐을 더 무겁게 한다. 아이를 잃은 뒤 모든 사람이 그저 밉다가 어느 순간엔 그 사람들이 마냥 부럽다가, 이젠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고 털어놓는 한 유가족의 말이 아프게 와닿는다. 지난 5년간 일상을 아무리 담담하게 서술해도 그 이면의 감정은 절절하기만 하다.

16일에 맞춰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걷는사람)도 출간된다. 신경림, 나희덕 등 중견 시인과 김현, 최지인 등 젊은 시인들도 동참했다. 신경림 시인은 시집 제목과 같은 이름의 시에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라고 외친다. 허유미 시인은 ‘엄마 섬이 되고 싶어요’에서 ‘젖은 그림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손에 쥐고/ 입김 아래로/ 눈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어요/ 사월은 어디까지 가라앉을까요’라고 묻는다. 신영복 서체를 활용한 캘리그래피가 시어들에 깊이를 더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