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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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 한남뉴타운3구역이 삽도 뜨기 전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다.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만큼 촘촘하게 건물을 짓는 쪽으로 재개발 계획이 잡힌 까닭이다. 소형 면적대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등 앞으로 신흥 부촌으로 자리잡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많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 아파트 두 배 달하는 건폐율

18일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사업시행인가 고시문에 따르면 이 구역의 건폐율은 42.09%로 계획됐다. 건폐율이란 건축물 바닥면적을 땅면적으로 나눈 비율로, 건축물의 밀도를 말한다. 예컨대 1000㎡ 땅에 들어선 건축물 바닥면적 합이 500㎡라면 건폐율은 50%다. 건폐율이 높다는 건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의미여서 그만큼 주거 쾌적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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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건폐율은 아파트 단지 치곤 높은 편에 든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경우 대개 20% 안팎이다.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삼성동 ‘아이파크삼성’의 경우 건폐율이 9%에 불과하다. 통상 다세대주택의 건폐율이 40% 내외다.

그만큼 땅 크기 대비 건물이 많다는 의미다. 한남3구역은 사업면적이 약 38만㎡(대지면적 약 28만㎡)로 한남뉴타운 안에서 가장 크다. 건물 수도 최대 규모다. 197개 동의 아파트와 테라스 하우스가 지어질 계획이다. 한광교회가 있는 구릉지를 중심으로 강변북로변과 이태원로변 등 지형을 따라 잘게 쪼갠 블록만 13곳이다.

블록별 건폐율은 34~51%로 편차가 크다. 보광로를 따라 들어서는 7-2블록이 51.66%로 가장 높다. 이곳은 최고 22층 아파트 16개 동, 152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언덕을 따라 5층 높이 테라스 하우스가 들어서는 2-2블록 또한 동간 간격이 좁은 편이다. 구릉지의 단차를 이용해 짓는 대신 앞뒷동이 다닥다닥 붙도록 설계됐다. 건폐율은 43.33% 수준이다. 강변북로를 끼고 있는 3블록의 건폐율이 34.03%로 한남3구역 가운데 그나마 가장 낮다. 하지만 서울의 다른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하면 이 또한 높은 수준이다. 단일 단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의 건폐율이 19%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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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촌급’ 밀도 어쩌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폐율은 일대를 둘러싼 개발 우여곡절과 관련이 깊다. 한남뉴타운은 2003년 11월 2차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6년이 걸렸다. 오세훈 전 시장에서 박원순 시장으로 시정 책임자가 바뀌면서 개발 밑그림도 완전히 바뀐 까닭이다.

한남3구역의 최고 층수 계획은 이때 29층에서 22층으로 내려갔다. 최고 높이는 해발 118m에서 90m로 낮아졌다. 서울시가 남산과 한강변 아파트 층수 관리에 들어가서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남산의 7부능선을 가려선 안 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건축심의에서만 3년째 미끄러지다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건축가의 설계를 반영한 끝에 심의 문턱을 넘었다. 내려간 높이 만큼의 집을 짓기 위해선 아파트 동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김윤숙 유명한공인 대표는 “조합원이 많은데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촘촘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존치되는 도로가 많아 큰 틀에서의 정비계획이 불가능한 점도 건폐율을 높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은 사실상 하나로 묶여 개발되는 곳이어서 결과적으로 다른 구역들도 비슷비슷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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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 어려워”

건폐율이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 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일선 중개업소들은 내다봤다. 한남동엔 ‘유엔빌리지’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택이 많다.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춰 간다는 게 당초 조합의 구상이었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언덕배기의 ‘닭장’ 같은 모습이 된다면 고급 이미지완 거리가 멀어진다”며 “건폐율이 한남3구역의 최대 약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지만 강을 따라 들어서는 공원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반포와 압구정 등 강남 부촌은 대부분 강변공원을 끼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한남3구역은 도로뿐이다. 강변동(棟)은 강변북로의 소음과 분진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계획 상 소형 아파트 비중도 높다. 임대를 포함한 전체 5816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면적대가 3014가구로 절반을 넘는다. 전용 132㎡를 넘는 대형 면적대는 16%(948가구)가량이다. 한남동 B공인 관계자는 “인근 한남더힐이 최고 부촌이 된 건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부자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개발 사업 8부능선을 넘은 한남3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 및 철거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2022년 전후에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일선 중개업소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장 올 연말쯤엔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물밑 수주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지형을 활용한 공공건축가의 설계에 미흡한 점이 많다 보니 결국 대안설계를 가장 고급스럽게 제시한 시공사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