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나노 기술로 약효와 복용 편의성 두마리 토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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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네틱스의 김갑식 대표
신약 제네릭 등 제제 개발 독자 플랫폼 확보
엘란 등 경쟁사보다 효과 뛰어나
물에 잘 안녹는 약물을 나노 단위로 바꿔
약물 흡수율 높이고 복용편의성도 개선
한국팜비오 삼양바이오팜 등에
항진균제, 표적 항암제 등 나노 제네릭 기술이전
"해외 제약사 등서 관심 많다"
신약 제네릭 등 제제 개발 독자 플랫폼 확보
엘란 등 경쟁사보다 효과 뛰어나
물에 잘 안녹는 약물을 나노 단위로 바꿔
약물 흡수율 높이고 복용편의성도 개선
한국팜비오 삼양바이오팜 등에
항진균제, 표적 항암제 등 나노 제네릭 기술이전
"해외 제약사 등서 관심 많다"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약효와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약을 만드는 세계적 의약품 개발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시네틱스의 김갑식 대표(53)가 밝힌 포부다. 바이오시네틱스의 사업 모델은 기존 바이오·제약기업과는 다르다. 신약이나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에 나노 기반의 제제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미세한 나노공법을 토대로 알약 크기를 줄이거나 약물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제네릭뿐만 아니라 신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시중에 출시된 의약품은 물론 개발 중인 신약 상당수가 제형이나 약물 흡수 등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며 “앞선 나노 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서도 통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제 기술에 눈 뜨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이 합작한 C&C연구소다. 경북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이곳에서 의약품 개발 업무를 했다. 그러다 3년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였다. 5년만에 서울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유기합성이 전공분야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여서 사회 전반이 뒤숭숭했다. 기업들은 휘청댔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정든 일자리를 떠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선배들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김 대표는 결국 바이오벤처를 선택했다. 바이오벤처 붐이 한창 일고 있던 때이기도 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도 했다.
유진사이언스에 입사한 김 대표는 콜레스테롤를 낮춰주는 ‘콜제로’라는 기능성 음료 개발에 합류했다. 그의 임무는 콜제로의 주요 성분이 물에 잘 녹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콩에서 추출한 파이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유기합성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유기합성으로 문제를 해결했더니 별도의 임상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주요 성분이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벤처기업이 안전성, 독성검사 등 임상 절차를 다시 밟기에는 시간은 물론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제제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그는 “물질 구조를 바꾸지 않고 유화제 등을 활용해 성분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물질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제제 기술이 의약품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나노에 꽂히다
2000년대 초반이 되자 나노 기술이 뜨기 시작했다. 첨단소재 등에 나노 단위의 극미세가공 기술이 주목받았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이다. 김 대표는 제제 개발에 나노 기술을 적용하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콜제로의 주요 성분을 현탁액으로 만드는 게 훨씬 더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무렵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김 대표는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나노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실험 장비였다. 그는 초임계(임계온도 이상의 유체) 실험을 해보고 싶어 일면식도 없던 유기풍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설득 끝에 한달 동안 연구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김 대표는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장비사용법을 익히고 초임계 실험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나노물질을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활성물질에 양초 같은 기름을 부어 나노화 시킨 뒤 기름을 제거해 나노물질을 얻을 수 있다”며 “유 교수 연구실의 나노 장비를 활용해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2004년 1월 서강대 벤처보육센터에 자리를 얻어 창업했다. 지인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자본금 1억원을 마련했다. 그는 “창업 외에는 나노 연구를 계속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어렵게 건넌 데쓰밸리
김 대표는 3년여에 걸쳐 핵심기술인 NUFS를 개발해냈다. 초임계에서 액상으로 바뀌는 이산화탄소로 난용성 약물을 나노입자화하는 원천 기술이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혼자서 개발해냈다. 하지만 부족한 자금에 쪼달렸다. 초기 자본금 1억원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1억원이 전부였다. 그는 “이렇다할 매출이 없는 상황이어서 직원을 뽑기가 겁이 났다”며 “집에는 월급 한푼 갖다주지 못해 늘 가족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회사가 제대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두번째 직장이었던 유진사이언스 직장상사였던 이주환 부사장이 합류하면서다. 김 대표는 개발에 집중하고 이 부사장은 외부 자금수혈 등으로 경영을 챙겼다. 이때부터 직원도 뽑았다. 현재 이 회사 직원은 16명이다. 김 대표는 “창업 3년차가 지나자 정부의 각종 지원이 끊겨 사무실 임대료 부담마저 만만치 않았다”며 “NUFS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엔젤투자자들이 돈을 대면서 연구시설 등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업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동국제약 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과 손잡고 나노 기반의 제네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제약사 담당자가 바뀌거나 시장상황이 변하면 벽에 부닥쳤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대웅제약과 함께 개발했던 MSD의 항구토제 에멘드 제네릭은 미국 출시를 목표로 생산설비까지 갖췄지만 시장 수요가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 나노 약물 제조 기술 확보
바이오시네틱스의 핵심기술인 NUFS는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가진 약물을 나노 구조로 만들어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약물 흡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약효가 좋아지게 된다. 관련 특허는 10여개에 이른다. 김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의약품의 40%,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이라며 “NUFS는 난용성 약물을 물에 잘 녹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약 크기를 작게 해 환자 편의성도 높여준다”고 했다.
약물이 녹는 속도도 일정하다. 이 때문에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서방형 제제 개발이 용이하다. 현탁액, 주사제, 점안제 등 다양한 제형에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난용성을 띤 대다수 알약은 식후에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되지만 NUFS 기반 약물은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복용해도 흡수가 잘 된다”고 했다.
나노 약물 기술을 가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 몇 곳이 되지 않는다. 아일랜드 알커메스에 매각된 엘란, 독일 레온나노딜리버리 등이 경쟁사다. 김 대표는 “엘란 등 경쟁사에 비해 제조비용이 낮고 안정성도 뛰어나다”고 했다.
기술이전 속속 성사
바이오시네틱스는 최근 중견 제약사 한국팜비오에 항진균제 제조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MSD의 오리지널 제품 대비 흡수율이 뛰어나고 알약 크기도 줄인 제네릭 ‘BS-105’를 개발한다. 항진균제는 위중한 암환자, 에이즈 환자, 수술환자 등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한다. 미국 시장 규모는 7억5000만달러를 넘는다. 김 대표는 “환자들이 먹기 불편한 정도로 큰 오리지널 약(17.5㎜)의 절반 크기로 개발 중”이라며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상반기 중에 탐색적 생동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식 생동시험은 한국팜비오가 연내에 실시하고 허가절차를 거쳐 2021년께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항진균제 제네릭은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며 “생동시험을 통해 임상결과가 나오면 해외 기술이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적항암제 제네릭(BS-104)도 삼양바이오팜에 2년 전 기술이전했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항응고제 제네릭(BS-112)도 개발 중이다. 오리지널 약은 식후에 복용해야 하지만 아무때나 먹어도 되도록 개발하고 있다. 국내 특허가 2021년 만료 예정이어서 특허 만료와 동시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리지널 약은 공복시 흡수율이 66% 수준이지만 BS-112는 90% 이상”이라며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인 만큼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시네틱스는 미국 NIH 산하 연구소인 NCL과 나노 항암제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NUFS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며 “제네릭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건기식·화장품으로 영역 확장
바이오시네틱스는 나노 기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 한 곳과 간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화장품 원료인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피부개선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는 세라마이드를 주 원료로 하는 분말이다. 강황을 주 성분으로 하는 숙취해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김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자세로 일한다”며 “나노 기술을 통해 복용하기 편하고 효능이 뛰어난 의약품 개발 기술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시네틱스의 김갑식 대표(53)가 밝힌 포부다. 바이오시네틱스의 사업 모델은 기존 바이오·제약기업과는 다르다. 신약이나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에 나노 기반의 제제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미세한 나노공법을 토대로 알약 크기를 줄이거나 약물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제네릭뿐만 아니라 신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시중에 출시된 의약품은 물론 개발 중인 신약 상당수가 제형이나 약물 흡수 등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며 “앞선 나노 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서도 통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제 기술에 눈 뜨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이 합작한 C&C연구소다. 경북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이곳에서 의약품 개발 업무를 했다. 그러다 3년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였다. 5년만에 서울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유기합성이 전공분야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여서 사회 전반이 뒤숭숭했다. 기업들은 휘청댔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정든 일자리를 떠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선배들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김 대표는 결국 바이오벤처를 선택했다. 바이오벤처 붐이 한창 일고 있던 때이기도 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도 했다.
유진사이언스에 입사한 김 대표는 콜레스테롤를 낮춰주는 ‘콜제로’라는 기능성 음료 개발에 합류했다. 그의 임무는 콜제로의 주요 성분이 물에 잘 녹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콩에서 추출한 파이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유기합성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유기합성으로 문제를 해결했더니 별도의 임상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주요 성분이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벤처기업이 안전성, 독성검사 등 임상 절차를 다시 밟기에는 시간은 물론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제제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그는 “물질 구조를 바꾸지 않고 유화제 등을 활용해 성분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물질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제제 기술이 의약품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나노에 꽂히다
2000년대 초반이 되자 나노 기술이 뜨기 시작했다. 첨단소재 등에 나노 단위의 극미세가공 기술이 주목받았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이다. 김 대표는 제제 개발에 나노 기술을 적용하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콜제로의 주요 성분을 현탁액으로 만드는 게 훨씬 더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무렵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김 대표는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나노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실험 장비였다. 그는 초임계(임계온도 이상의 유체) 실험을 해보고 싶어 일면식도 없던 유기풍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설득 끝에 한달 동안 연구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김 대표는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장비사용법을 익히고 초임계 실험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나노물질을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활성물질에 양초 같은 기름을 부어 나노화 시킨 뒤 기름을 제거해 나노물질을 얻을 수 있다”며 “유 교수 연구실의 나노 장비를 활용해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2004년 1월 서강대 벤처보육센터에 자리를 얻어 창업했다. 지인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자본금 1억원을 마련했다. 그는 “창업 외에는 나노 연구를 계속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어렵게 건넌 데쓰밸리
김 대표는 3년여에 걸쳐 핵심기술인 NUFS를 개발해냈다. 초임계에서 액상으로 바뀌는 이산화탄소로 난용성 약물을 나노입자화하는 원천 기술이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혼자서 개발해냈다. 하지만 부족한 자금에 쪼달렸다. 초기 자본금 1억원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1억원이 전부였다. 그는 “이렇다할 매출이 없는 상황이어서 직원을 뽑기가 겁이 났다”며 “집에는 월급 한푼 갖다주지 못해 늘 가족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회사가 제대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두번째 직장이었던 유진사이언스 직장상사였던 이주환 부사장이 합류하면서다. 김 대표는 개발에 집중하고 이 부사장은 외부 자금수혈 등으로 경영을 챙겼다. 이때부터 직원도 뽑았다. 현재 이 회사 직원은 16명이다. 김 대표는 “창업 3년차가 지나자 정부의 각종 지원이 끊겨 사무실 임대료 부담마저 만만치 않았다”며 “NUFS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엔젤투자자들이 돈을 대면서 연구시설 등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업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동국제약 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과 손잡고 나노 기반의 제네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제약사 담당자가 바뀌거나 시장상황이 변하면 벽에 부닥쳤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대웅제약과 함께 개발했던 MSD의 항구토제 에멘드 제네릭은 미국 출시를 목표로 생산설비까지 갖췄지만 시장 수요가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 나노 약물 제조 기술 확보
바이오시네틱스의 핵심기술인 NUFS는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가진 약물을 나노 구조로 만들어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약물 흡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약효가 좋아지게 된다. 관련 특허는 10여개에 이른다. 김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의약품의 40%,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이라며 “NUFS는 난용성 약물을 물에 잘 녹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약 크기를 작게 해 환자 편의성도 높여준다”고 했다.
약물이 녹는 속도도 일정하다. 이 때문에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서방형 제제 개발이 용이하다. 현탁액, 주사제, 점안제 등 다양한 제형에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난용성을 띤 대다수 알약은 식후에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되지만 NUFS 기반 약물은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복용해도 흡수가 잘 된다”고 했다.
나노 약물 기술을 가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 몇 곳이 되지 않는다. 아일랜드 알커메스에 매각된 엘란, 독일 레온나노딜리버리 등이 경쟁사다. 김 대표는 “엘란 등 경쟁사에 비해 제조비용이 낮고 안정성도 뛰어나다”고 했다.
기술이전 속속 성사
바이오시네틱스는 최근 중견 제약사 한국팜비오에 항진균제 제조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MSD의 오리지널 제품 대비 흡수율이 뛰어나고 알약 크기도 줄인 제네릭 ‘BS-105’를 개발한다. 항진균제는 위중한 암환자, 에이즈 환자, 수술환자 등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한다. 미국 시장 규모는 7억5000만달러를 넘는다. 김 대표는 “환자들이 먹기 불편한 정도로 큰 오리지널 약(17.5㎜)의 절반 크기로 개발 중”이라며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상반기 중에 탐색적 생동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식 생동시험은 한국팜비오가 연내에 실시하고 허가절차를 거쳐 2021년께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항진균제 제네릭은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며 “생동시험을 통해 임상결과가 나오면 해외 기술이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적항암제 제네릭(BS-104)도 삼양바이오팜에 2년 전 기술이전했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항응고제 제네릭(BS-112)도 개발 중이다. 오리지널 약은 식후에 복용해야 하지만 아무때나 먹어도 되도록 개발하고 있다. 국내 특허가 2021년 만료 예정이어서 특허 만료와 동시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리지널 약은 공복시 흡수율이 66% 수준이지만 BS-112는 90% 이상”이라며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인 만큼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시네틱스는 미국 NIH 산하 연구소인 NCL과 나노 항암제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NUFS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며 “제네릭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건기식·화장품으로 영역 확장
바이오시네틱스는 나노 기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 한 곳과 간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화장품 원료인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피부개선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는 세라마이드를 주 원료로 하는 분말이다. 강황을 주 성분으로 하는 숙취해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김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자세로 일한다”며 “나노 기술을 통해 복용하기 편하고 효능이 뛰어난 의약품 개발 기술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