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의 데스크 시각] 세계를 움직인 '우즈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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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
![[이관우의 데스크 시각] 세계를 움직인 '우즈의 부활'](https://img.hankyung.com/photo/201904/01.19433917.1.jpg)
만약 이들이 ‘어린 시절 우상’을 돕고 싶은 마음에 실수를 가장한 고의나 ‘미필적 고의’로 입수 샷을 쳤다면, 실제 이들이 절친이어서 우상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부활 드라마에 대가 없이 우정출연할 동기가 충분했다면….
불순한 상상이 꼬리를 무는 건 마스터스 결과가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아서다. ‘잘 짜인 각본대로’ 찍은 영화를 연상케 한다. 최적의 타이밍에 경쟁자들은 휘청거린 반면, 숲속으로 날아간 우즈의 티샷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왔다.
40대 중년 우즈의 부활은 곱씹을수록 더 특별해진다. 20~30대 장타 괴물이 우글거리는 최고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그것도 거짓말 같은 역전 우승을 예상한 이는 몇이나 될까. 2년 전만 해도 허리 통증으로 침대 위를 기어다니는 ‘퇴물 호랑이’였던 그다. 투어 23년 동안 허리 수술 네 번을 포함해 발목, 무릎, 팔꿈치 등 크고 작은 수술을 20차례 넘게 받아 부상 병동으로 불렸던 그는 통증이 심해지면 많은 약을 자주 한꺼번에 털어넣었다. 약에 취한 그의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얼굴 사진)’이 온세상에 공개돼 치욕을 겪은 배경이다. 섹스 스캔들을 비난하는 대중의 뭇매도 모질었다. “나 같으면 진작에 인생 포기했을 것”이라는 중장년 남성들의 말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의 삶은 만신창이로 구겨졌다.
우즈의 내일을 주목하는 세계
바닥까지 추락했던 그가 끝까지 잡고 있던 건 꿈이었다. 포기하지 않은 집념에 세계는 열광했다. 한결 깊어진 겸손이 팬들에게 진심으로 닿았다. ‘인간계’로 돌아온 우즈의 꿈을 팬들은 함께 이루고 싶어했다. 희망을 본 40대 중년들은 이제 우즈를 아이돌 삼는 ‘타이거 아미(army)’가 될 참이다. 몰리나리는 “이번 패배로 나는 더 많은 팬을 얻었을지 모른다”는 자조적 유머로 우즈의 우승을 축하했다.
“잭 니클라우스를 이기겠다”는 세 살 꼬마 우즈의 인생 목표까지 4승이 남았다. 세계가 우즈의 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