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의 학부모 박모씨는 지난 13일 인터넷 생중계로 연세대 입학설명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입학사정관이 2020학년도 수시전형에서 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없애 논술전형 지원자가 크게 늘 거라며 “항간에서는 지원자 10만 명 양병설이 나돈다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올해 다른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들이 2020학년도 연세대 논술전형에 지원한다더라”며 “1년간 리포트를 쓰며 ‘대학 글쓰기’에 익숙해진 재학생들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연세대가 2020학년도 대학입시전형에서 논술전형 등 모든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면서 고3 학부모 사이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다른 대학교 재학생들이 연세대에 편입할 기회를 준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세대가 올해 수시전형에서 모집하는 인원은 총 2496명(정원외 포함)으로 전체의 68.7%다. 논술전형 모집자 수는 607명으로, 논술 시험은 수능 전인 10월 12~13일에 치러진다. 이번에 최저학력기준을 없앤 건 지난해 교육부가 재정 지원과 관련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발표하며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권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능 부담이 없어진 만큼 논술전형 지원자가 다른 대학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그간 지원하지 못했던 대학생들이 부담 없이 논술전형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57 대 1이던 경쟁률이 두 배가량인 100 대 1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전에 논술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대 입학설명회 이후 대입 커뮤니티 ‘수만휘’ 등에는 “수능 한 달 전이면 공부에 집중하고 컨디션도 조절해야 하는데 지방 사는 학생들은 전날 미리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원자 수가 급증하면 연세대의 입학전형료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논술 지원자 수가 6만 명을 넘을 경우 수시 원서 비용이 평균 5만~6만원대인 것을 고려할 때 수입이 12억~14억원가량 더해지는 셈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